주간동아 730

2010.04.06

외식 메뉴 0순위, 100년 이어온 그 맛

인천 차이나타운 ‘공화춘’ 자장면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3-31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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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 메뉴 0순위, 100년 이어온 그 맛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처음 낸 업소는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현재의 공화춘은 2000년대 들어 새로 개업한 업소다. 운영자도 한국인이다.

    자장면의 역사는 한국 외식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근대적 의미의 한국 외식산업은 구한말에 태동했는데, 이즈음 자장면이 나타났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화교가 대거 우리 땅에 들어오고, 세계 여느 지역의 화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중 다수는 외식업에 진출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1922년 한반도에 2000여 가구의 화교가 살았고 이 중 30% 이상이 요식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우리 땅에 들어온 화교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잡아 노동하고 끼니를 해결한 곳이 인천항 인근이고, 그 자리가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처음 낸 업소는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1905년에 개업해 청요리집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1980년대에 문을 닫았다. 당시 정부는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에 많은 압박을 가했는데 이를 버티지 못한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차이나타운이 몰락했고 공화춘도 폐업했다. 당시 공화춘 건물은 자장면박물관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현재의 공화춘은 2000년대 들어 새로 개업한 업소다. 운영자도 한국인이다. 그러니 옛 공화춘의 역사를 그대로 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냥 중국집을 하지 않고 그 역사를 잇겠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우리 외식산업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화춘의 운영자는 화교 사회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며 요리사도 화교로 채용했다.

    공화춘의 자장면은 강한 불에 볶은 자장이 향으로 느껴진다. 자장의 향이 가벼우면서도 살아 있다. 기름이 적고 단맛도 적다. 춘장은 주방에서 만드는지, 어디서 구입하는지 영업비밀이라며 말해주지 않았다. 면은 기계로 뽑는데도 ‘수타’의 질감이 있다. 반죽할 때 비닐에 넣어 치대는 작업을 장시간 해서 얻은 것이다. 면이 수타면처럼 탄력 있게 입안으로 들어오고 부드럽게 씹힌다. 면을 뽑을 때 기계를 쓴다고 해서 그 공력을 가볍게 볼 것은 아니다. 흔히 수타면이 자장면 중 최고인 것으로 아는데, 수타면도 반죽이 약하면 탄력도가 떨어져 식감이 좋지 않다.

    주말에는 빈자리가 없으니 예약하는 게 편하다. 이런 주말 풍경은 공화춘만의 일이 아니다. 차이나타운 전체가 ‘만원’이다. 그러나 평일은 한산하다. 어떨 때는 폐점 상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휴일에는 줄을 서서 사먹는 ‘길거리 만두’도 평일에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차 한잔하면서 먹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 바로 뒤는 자유공원이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 입구를 지나 자유공원 한 바퀴 돌고, 차이나타운 구경하고, 자장면 한 그릇 먹고 오는 코스면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봄나들이로 권할 만하다.

    찾아가는 길 인천역 1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차이나타운 입구가 나온다. 거기에서 100m 직진하면 ‘공화춘’이다. 032-765-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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