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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4대강 사업 반대 근거와 법리 부족”

법원, 첫 판결에서 정부 측 손 들어줘 … 소송 봇물에 행정력 낭비 우려

“4대강 사업 반대 근거와 법리 부족”

“4대강 사업 반대 근거와 법리 부족”

지난해 11월 27일 경기 여주군 이포대교 고수부지에서 한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 열렸다.

“생명을 살리고 죽어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이자 내 소신이다. 죽음의 강을 방치하는 것은 한국을 계속 물 부족 국가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 있다.”

3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다.

마침 3월 12일 서울행정법원(6부·재판장 김홍도 판사)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첫 번째 소송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하 국민소송단)이 지난해 11월 25일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장관과 서울 지방국토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한강 ‘하천공사 시행계획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이는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본안소송인 한강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소송에 앞서 내려진 결정이다.

탄력 받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재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소송은 국토부 장관과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유역을 관리하는 서울·대전·익산·부산 지방국토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소송 4건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3건 등 모두 7건. 이번 판결은 그중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과 현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일 힘을 얻었을 뿐 아니라 나머지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제기됐던 주요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국민소송단에 참여한 6200여 명의 신청인 중 “소송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일부 포함돼 있고, 일부는 소송능력이 있더라도 소송 당사자로서 적격한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 판단을 본안소송으로 넘겼다. 소송능력이나 당사자의 적격 여부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곧바로 집행정지를 시켜야 할 만한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느냐다. 국민소송단이 이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제시한 문제점은 다음 네 가지다. △수용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 △식수 오염 등 환경상의 이익과 관련한 손해 △침수피해 등으로 인한 손해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한 손해다.

이런 문제점은 비단 한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론자들이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대부분의 사업구간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점과 일치한다. 이번 판결이 서울행정법원 본안소송과 부산·전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가처분 및 본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법원이 국민소송단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용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

▶ 국민소송단 주장 신청인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자기의 토지소유권이나 여타 권리들을 수용당하면 정착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그럼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특히 국내 최대 친환경 유기농업지인 팔당지역의 유기농업이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 법원 판단 수용당하면 각종 보상을 받는다. 한강 사업구간에 편입되는 팔당지역 농지의 대부분은 국가 소유의 하천부지다.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신청인 대부분은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경작해왔다. 행정청이 신청인들에게 하천점용허가를 해주면서 공익상 또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거나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허가 변경 및 취소 등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따라서 수용에 의한 손해가 금전적으로 보상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신청인이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환경상의 이익과 관련한 손해

“4대강 사업 반대 근거와 법리 부족”

경기도 여주 이포대교 하류 쪽에 설치될 이포보(한강 3공구) 조감도. 여주군의 군조(郡鳥)인 백로를 형상화했다.

▶ 국민소송단 주장 신청인들은 한강 사업구간 내에 자리한 취수장에서 식수를 공급받는다. 공사 중 또는 공사 후에 발생하는 탁수, 퇴적토, 조류 등에 의해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 갈수기나 홍수기의 수위 변화에 따라 취수에 지장을 받는다. 즉, 환경상의 이익과 건강권에 손해를 입게 된다.

▷ 법원 판단 사업계획에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고 오염물질 유입을 관리하는 수질개선 대책이 포함돼 있다. 공사 중 발생하는 탁수 농도는 홍수기에 발생하는 탁수 농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데, 홍수기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정화 처리돼 식수원으로 공급됐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취수시설 이전이나 취수탑 신설 등 안정적인 용수확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더욱이 신청인들은 식수원 등으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될 것인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침수피해 등으로 인한 손해

▶ 국민소송단 주장 여주시 등 공사현장 부근에 거주하는 신청인들은 홍수 등 침수피해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안전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 법원 판단 한강에 설치되는 3개의 보는 가동보로서 홍수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준설과 하천환경 정비도 이뤄진다. 신청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홍수로 인한 침수피해가 막연하다. 현재 홍수기가 아니어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한 손해

▶ 국민소송단 주장 단양쑥부쟁이 같은 희귀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등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연환경도 파괴된다. 미래 세대의 환경권이 침해된다. 우리 민족 전체가 손해를 입는다.

▷ 법원 판단 신청인들의 개인적 손해가 아닌, 공익상 손해 또는 제3자가 입는 손해다.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정책총괄팀 안시권 팀장은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안 팀장은 “반대론자들은 절차를 문제 삼는데, 정부 사업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예전부터 해오던 준설 및 하천정비 사업을 단기간에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소송단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반발해 즉각 고등법원(이하 고법)에 항소했다. 국민소송단 부단장인 이영기 변호사는 “상당히 많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환경오염과 홍수, 생태계 파괴 등 사안들이 중대한데도 법원이 세밀한 검토와 판단 없이 너무 서둘러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아쉬워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이 정부의 대안만 일방적으로 믿고 판단한 것을 보면서 무성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소송단은 고법에서 패하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생각이다. 나머지 2건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과 4건의 본안소송까지 합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소송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는 사이 엄청난 행정력 낭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팀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매진해야 할 인력이 소송을 준비하느라 엄청난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4.06 730호 (p48~49)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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