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5

2010.03.02

조선족 아주머니를 구합니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0-02-23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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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어요. 저는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얼마 전부터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는 친정어머니가 대신 돌봐주기로 했고요. 이런 저를 다른 ‘동료엄마’들은 “복 터졌다”며 부러워합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맞벌이 엄마들의 최후 선택은 조선족 아주머니를 입주(入住) 육아도우미로 고용하는 겁니다. 밤늦게 퇴근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육아를 어린이집이나 출퇴근 도우미로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조선족 도우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모 직업알선업체는 “작년부터 조선족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이달에는 단 한 명도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다음은 얼마 전 둘째아이를 낳은 맞벌이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첫째 때는 구인광고를 내면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줄을 섰는데, 요즘엔 연락이 드물다.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면접을 보러왔다가도 아이가 둘인 걸 알면 그냥 가버린다. 결국 첫째를 친정에 보내고 둘째만 돌보는 조건으로 간신히 조선족 육아도우미를 구했다.”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사라진’ 이유는 정부가 조선족에게 발급하는 방문취업비자 쿼터를 대폭 줄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1만7000명에게 신규 발급했는데, 이는 재작년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신규 비자 발급을 급감시킨 것은 물론 ‘일자리 대책’의 일환입니다.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자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막은 것입니다.

    조선족 아주머니를 구합니다
    문제는 입주 도우미를 한국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선족보다 월 50만원을 더 줘도 입주하겠다는 한국인 아주머니는 매우 드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엄마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만합니다. 출산장려정책을 펴는 정부가 막상 육아 문제를 훼방 놓은 셈이니까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도 “가사 보조업은 한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고 수요도 상당한 만큼, 새로운 비자 신설 등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하더군요. 정부의 대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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