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4

2010.02.16

흑자 났는데 돌아서면 허전?

MB 정부 2년의 성적표 … 대통령 지지율 높지만 선거 지지표에선 밀려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 rcmlee@hanmail.net

    입력2010-02-09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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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자 났는데 돌아서면 허전?

    지난해 12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가진 대전·충남지역 인사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가장 자주 나오는 인물이 송시열이다. 3000번 이상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그에게 극찬과 혹평이 교차한다. 한쪽에선 공자, 맹자처럼 ‘자’를 붙여 송자(宋子)라고 추앙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시열’을 개 이름에 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다를까 싶다.

    집권 2년을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호평이 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악평도 있다. ‘시선이 곧 권력’이라는 말에 비춰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좋게 보고 싶은 시선과 나쁘게 보고 싶은 시선에서 비롯된 호오(好惡)나 찬반(贊反)인 것이다.

    개인적 평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객관적 지표로 이명박 집권 2년을 가늠해보자. 먼저 여론 지지율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매월 실시하는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궤적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 추이 그래프는 집권 직후인 2008년 4월을 기점으로 급전직하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국면이었다.

    천당과 지옥 오간 MB 지지율

    한때 15.2%라는 기록적 저점으로 떨어졌다가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30%대 초반을 넘기지 못하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 7월까지 이런 기조는 이어졌다. 그러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면을 잘 관리하고, 중도·실용 및 친서민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면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40%대 후반~50%대 초반을 오가는 집권 초기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바닥에 떨어졌다가 재기한 것이라, 그 지지율이 갖는 메시지는 자못 강하다.



    하지만 대선, 총선에서 보여준 선거 강세 분위기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선거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이었으니 지는 게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던 지난해 10월 선거에서도 맥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했다는 사실은 비록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라 할지라도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미국 케네디 의원 서거 이후 실시된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한 일은 단지 1석을 잃은 것 이상의 손상이었다. 그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커졌고,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고전하리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처럼 크든 작든 선거에서의 패배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두 번의 재보선 패배는 이 대통령의 지난 2년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상당 부분 무색케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험이 좋은 반면교사다. 아무리 정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고, 또 상당한 업적을 쌓았다 해도 선거에서의 패배는 그 모든 것을 희석시키고도 남을 만큼 무거운 짐이다. 또 선거에서의 패배는 집권기반, 즉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세력의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 2년을 전례에 빗대보면, 아무래도 입법전쟁에서의 승자는 야(野)가 아니라 여(與)다. 여권, 특히 이 대통령이 내건 입법이 거의 다 통과됐다. 야권은 미디어법과 4대강 예산 등을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저지를 공언했으나, 거의 다 실패했다. 결국 입법을 둘러싼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떠나, 결과만 놓고 보면 야당이 ‘일패도지(一敗塗地)’했다는 것이 불가피한 관전평이다.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이른바 4대 입법을 저지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여권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지금 여권의 입법 성적표가 얼마나 양호한지 알 수 있다.

    체감경기는 다르다고 하지만 어쨌든 경제지표는 지난 2년간 나아졌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제위기 탈출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사회적 역(力)관계는 어떤가. 현 여권은 16대의 낙천·낙선 운동 등 시민단체로부터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피해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공안세력의 관성 또는 ‘직역(直譯)주의’ 때문인지 MB 정부 들어 개혁적 시민단체는 거의 맹폭을 당했다. 자금이 끊기고, 주요 인사들의 도덕성이 훼손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노동계 주요 집단에 대한 공세도 빈틈없이 진행됐다.

    흑자 났는데 돌아서면 허전?
    與후보 지지 38.3% vs 野후보 지지 45.7%

    이제 사회적 역관계에서 노동을 비롯한 개혁 또는 진보세력은 절대 열세다. 외형적으로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게다가 대중의 정서 또한 공공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개인의 성공을 앞세우고 있다. MB 정부가 초래하는 심각한 양극화를 탓하며 사회적 해법을 찾기보다 개인적 해법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문화적으로도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흐름이라고 할 것이다.

    무릇 과하면 반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지금 MB 정부나 여권이 누리고 있는 일방적 강세는 정상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힘은 언제든 비정상으로 일탈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정상을 되찾는다.

    이런 점에서 MB 정부가 일방주의를 강화한다면 역풍을 맞을 우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를 해보면 놀라운 점이 발견된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은데, 각종 선거에 대한 인식에서 여권보다 야권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지원론보다 이른바 견제론이 강하다.

    1월25일 KSOI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유리할지, 여당이 유리한지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물었다.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다음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이 가세요?”

    응답 항목은 2개다. 하나는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여당후보 지지 응답이 38.3%, 야당후보 지지 응답이 45.7%였다.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많이 오른, 현 여권의 핵심기반인 수도권에서조차 야당후보 지지율이 더 높았다. 서울의 경우, 야당후보 지지율이 52.3%이고 여당후보 지지율이 35.7%였다. 전국 평균보다 더 큰 격차로 야당 지지 여론이 많은 것이다.

    집권 2년을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손익계산서상으로는 분명 흑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차대조표상으로는 다른 것 같다. 불안정한 흐름이 몇 가지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제 현 정부에게는 수치상 손익보다 대변과 차변을 함께 조망하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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