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2009.12.29

‘재테크 책’ 또 실망하셨나요?

저자 경력, 목차, 주요 내용 확인은 필수 … 잘 고르면 ‘열 전문가’ 모시는 셈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입력2009-12-22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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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 책’ 또 실망하셨나요?
    서점에는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이 무수히 쏟아진다. 하지만 재테크 도서는 신춘문예나 특정 분야의 전문서적처럼 검증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 돈 좀 벌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책을 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재테크다. ‘나는 이렇게 돈을 벌었다’는 식의 자전적 경험을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작가로 등단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을 마케팅하는 차원에서 재테크 도서를 내는 이도 드물지 않다.

    재테크 도서의 수가 늘어서 좋은 점도 있다. 일단 독자들은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겉포장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 낭패감을 맛본 독자가 적지 않기 때문. 실제로 독자들은 재테크 도서에서 느끼는 실망감이 다른 분야 책보다 높다고 털어놓는다.

    지속 성공 저자들 시대와 장소 불문 원칙 제시

    독자 처지에선 어떤 부분에 주의해 재테크 도서를 선택해야 할까. 나름대로 ‘재테크 도서 고르기’ 체크리스트라도 있다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실망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 글이 바라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재테크 도서를 고르기 위한 체크리스트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먼저 지속적 성공과 일시적 성공을 기준으로 작가를 선별해야 한다. 시장에서 오랜 기간 충분히 검증받은 저자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면 낭패를 볼 확률은 확 줄어든다.

    재테크 분야에는 신춘문예처럼 작가를 변별하는 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그것도 몇십 년 동안 걸출한 실력을 발휘해온 사람이라면 그의 책은 틀림없다고 봐도 된다. 자신이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을 거쳐 이룩한 성과는 재테크에 대한 그의 신념과 방법, 노하우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지속적 성공을 거둔 저자들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통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한다.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통할 수 있지만, 독자들의 책임은 일반적인 원칙과 특수한 방법을 구분해내는 것이다. 다행히 세월 속에서 검증받은 작가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일반화해서 전달하는 잘못을 가능한 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자신들의 명성을 크게 손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자들로는 가치투자의 대부인 워렌 버핏,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C. 보글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책은 정작 재테크 출판시장에서는 명성에 걸맞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당장 돈을 버는 방법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성미 급한 사람들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한다.

    다음으로 재테크 도서를 고르는 독서 목적을 분명히 한 뒤, 책을 선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테크’라는 단어 자체가 구체적인 방법에 치우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자주 구체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모래 위의 집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집에 해당하는 부분과 집의 토대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독서 목적이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구하는 독서라면 구체적인 조언이 담긴 책을 선택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집의 토대를 튼실하게 만드는 독서와 반드시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집의 토대를 만드는 독서는 재무(finance)와 관련된 기본기를 익히는 독서를 말한다. 주식 및 채권시장, 외환시장, 펀드, 기업금융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다룬 책을 꾸준히 접해야 한다. 이 분야는 비교적 전문가 그룹이 형성돼 있어 선택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전문가일 수도 있다. 비교적 앞의 그룹에 속하는 도서는 지나치게 이론적인 면에 치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사기업에서 오랫동안 특정 분야의 경험을 쌓은 사람이 쓴 책을 추천한다.

    이를 알아차리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작가 소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 그 사람이 어떤 경력을 쌓아왔는지, 그 경력이 책을 쓸 만큼 관련 있는 분야의 것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또한 그가 앞서 낸 책이 있다면 서적을 선택하는 일은 한결 쉬울 것이다.

    최근 오마에 겐이치는 ‘지식의 쇠퇴’에서 앞으로 인재가 갖춰야 할 ‘3대 신기(神技)’를 제시했다. 영어, 재무, 컴퓨터 활용기술이 그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스스로 금융지식을 축적하지 못하면 무지 때문에 타인의 의도에 놀아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집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작업은 다소 고된 일이지만,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서전적 재테크서 … 일부 정독 후 선택

    마지막으로 특별한 사례를 기초로 한 책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재테크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책이 바로 특별한 사례를 다룬 것이다. ‘10억 모으기’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와 같은 책은 특별한 성공사례집으로, 재테크의 자서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람들의 구미를 강하게 당기고, 또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재테크 도서다.

    독자들은 번번이 이런 재테크 도서에 실망하면서도 이런 책만이 가진 중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도 잘 고르면 충분한 효과가 있다. 당장 독자들이 아쉬워하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앞선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이른바 ‘벤치마킹을 위한 독서’라고 보면 된다. 어떤 책에서 한두 방법이라도 제대로 배워서 활용한다면 이것만으로 책값을 뽑고도 남음이 있다.

    다만 고르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직접 눈으로 책을 보고 고르라는 것이다. 책을 고를 때는 서문을 꼼꼼히 읽은 다음, 차례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제목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3~4군데는 정독해야 한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정독이다. 베스트셀러나 ‘그 책 좋더라’는 풍문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현장 확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만이 재테크 도서의 홍수 속에서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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