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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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거리·진학실적 꼼꼼히 따져라”

고교 선택시 진학률 ‘착시현상’ 경계 … 학교의 변화욕구 살펴야

  •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jpcho@wisementor.net

    입력2009-12-10 1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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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학거리·진학실적 꼼꼼히 따져라”

    서울 석관고 학생들이 게시판의 수시모집 합격자 명단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0학년도부터 시행하는 고교선택제의 요지는 학생들에게 2차례에 걸쳐 총 4개의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고교선택제는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자율형 사립고, 전문계고 등이 학교별 기준에 따라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전기 전형을 마친 뒤 실시하는 후기 전형으로,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모두 3단계에 걸쳐 전형이 이뤄지는데, 1단계에선 서울 전역에서 다니고 싶은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 지원할 수 있다. 1단계는 학생이 2개의 학교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학교 정원의 20%를 선발(서울 중부 학군은 60%)한다. 2단계는 거주지 학군 내에서만 2개의 학교를 선택하는 단계로, 역시 추첨을 통해 40%를 선발한다. 그리고 3단계는 1, 2단계 추첨에서 모두 떨어진 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합친 통합학군에서 추첨을 통해 40%를 강제 배정한다.

    11월3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모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신이 직접 선택한 1, 2단계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10명 중 약 8명(81.5%), 뜻하지 않게 3단계에서 강제 배정된 학생은 10명 중 약 2명(18.5%)이다. 이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선택 시 통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결국은 추첨으로 선발하는 만큼 운에 좌우되는 부분도 있다. 이른바 인기 학교에 지망하다 보면 경쟁에 밀려 원치 않던 비선호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A구에 사는 학생이 1~2시간 걸리는 B구의 학교로 배정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강북지역에 살면서 강남지역 고등학교로 배정받아 좋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강남의 인기 고등학교 바로 옆에 살면서 다른 구의 학교로 강제 배정받을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인기 있는 지역이나 학교라고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3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학교를 배정받는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1단계나 2단계에서 경쟁률이 높아 떨어질 가능성이 큰 학교만 골라 지원하지 말고, 배정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차선책’을 단계별로 적어도 1개씩은 적어넣는 것이 현명하다.

    “통학거리·진학실적 꼼꼼히 따져라”
    진학률 뒤 숨은 속뜻을 읽어라



    아울러 지망 학교를 정할 때 원하는 학교의 기준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서울지역 전체 인문계고교를 선택하는 것이 고교선택제의 특징인데, 거주지역 이외의 고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고, 전체적으로 선택 대상 학교를 조망해볼 수 있는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그래서 ‘인지도’ 조사에 불과한 고입 예정 중학생들의 학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명문고 순위처럼 회자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첫째, 등·하교가 편한 학교여야 한다. 성인에게도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생활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듯, 아무리 좋은 학교라 한들 등·하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접근성이 좋지 않다면 학교생활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근거리이거나 교통편이 좋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일반적인 고교 등교시간을 고려할 때, 학교까지 가는 데에만 1~2시간이 걸린다면 한 해의 절반은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서야 한다. 학교의 평판과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맞바꿀 순 없다. 학습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

    둘째, 진로 및 진학 실적이다. 이는 상급학교, 즉 대학 진학이 인문계고의 주요 설립 취지이기에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항목이다. 단, 진학률에 있어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학교정보 사이트를 찬찬히 살펴보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진학률과 4년제 대학 진학률만을 나열해놓았다. 이는 정량적 실적일 뿐 정성(定性)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대학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를 좋은 학교로 여기기 쉽지만, 이미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고, 대입 정원이 지원자의 수를 넘어선 시점에서 이 수치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전체 대학 진학률, 4년제 대학 진학률과 함께 △대학별 진학자 수 △전체 학생 수 대비 명문대 합격자 수 등을 정성적으로 비교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라 해서 반드시 명문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보통 명문대 합격률은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의 진학 실적을 합산한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서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일부 학교는 실제로 재수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 경우 해당 학교의 힘이라기보다는 재수학원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고교선택제에서 학교를 고를 때 진학률 뒤에 숨은 속뜻과 ‘진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학업 수준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고교 선택 때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입소문에 의존하거나 무조건 명문대를 많이 보낸 학교를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 개인별 성향이나 진로 목표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져야겠지만, 이 밖에 학업 수준별로도 학교 선택에 차이를 둬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몸에 밴 상위권의 경우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업이 자신의 학업 수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수준별 학습을 잘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또 중위권 학생은 명문대를 많이 보낸 학교를 따지기보다는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잘하는 학교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하위권은 통학 시간이 길지 않고 자율학습 지도 등 생활관리가 잘되는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특히 하위권의 경우 전문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 진학률이 높으면서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높은 곳을 찾는 것이 학교를 잘 고르는 방법 중 하나다.

    “통학거리·진학실적 꼼꼼히 따져라”

    고교 선택 시 통학거리, 교사들의 적극성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변해야 산다’는 마인드 가진 학교

    넷째, 합리적 수준의 교육비 지출이 가능한 학교여야 한다. 사교육을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을 잘 마련한 학교를 찾는 것이 좋다. 즉,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수준과 자율학습 지도를 잘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 사교육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찾아보면, 정책적 지원책과 장학금 지원이 많은 학교가 분명히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 선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나 지도열의 및 예산지원 등이 학습동기를 자극하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입학사정관제 준비, 국제반 운영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진로·진학지도를 하는 학교여야 한다. 입시제도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사회는 더 크게 변했다. 과거의 생각이나 영화에 갇혀 있는 학교, 즉 “요즘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야”라고 말하는 학교보다는 ‘변해야 산다’는 마인드를 가진 학교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된 입시제도에 제대로 대비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라는 거대한 대입 제도의 변화에 따라, 학생 개인별 학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선택제 전격 출범…안착 위한 요건은?

    정보 제공 늘리고, 강제 배정 학생 불만요인 줄여야


    “통학거리·진학실적 꼼꼼히 따져라”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고교 입학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2010학년도부터 서울지역에서 전면 실시되는 고교선택제는 도입을 검토할 때부터 찬반양론이 크게 엇갈렸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전교조 등의 일부 교사, 교육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고교평준화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사교육 시장의 진화 추세를 감안할 때 동기부여 없이 경쟁력 강화에 소홀하던 일선 고교가 분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제도라 보는 의견도 많았다.

    이왕 첫발을 내딛게 된 고교선택제. 이 제도가 원래 취지에 맞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완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학부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단 시행 첫해인 올해는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돕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학교별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데다 곳곳에 흩어진 자료를 일일이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며 “각 학교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낱낱이 밝히기 어려운 만큼 교육청이 나서서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새로운 공시항목을 추가한 개정안을 마련해 최근 입법 예고했다고 11월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부터 각 대학이 ‘신입생 출신 고교의 유형별 현황’을 공개하면 정보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특정 고교의 학생이 입학사정관, 글로벌, 수능우선선발 전형 등을 통해 해당 대학교에 각각 몇 명 입학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 : 40 : 40 비율로 설정된 1, 2, 3단계 배정 비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보듯, 거주지 외 학군에 지원하는 학생 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2단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1단계 비중을 높여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김영식 장학사는 “올해는 타 학군 내 학교로 배정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교통혼잡도 등을 고려해 1단계 비중을 20%로 설정했으나 향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1단계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적된 것처럼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돼 ‘비선호 학교’라고 낙인찍힐 경우 이런 이미지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

    결국 수치화하기 쉬운 명문대, 4년제대학 진학률이 학교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학교가 이러한 실적에 도움이 되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집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교육 비상공부연구소 이지원 연구원은 “상위권 학생들을 집중 관리하는 학교 분위기 때문에 그 이하 성적대의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교사도 교육철학을 중시하는 ‘소신형’보다는 ‘입시형’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첨으로 이뤄지는 고교선택제가 운 좋은 이들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원치 않는 학교로 가는 ‘제로섬’ 게임인 만큼, 올해 강제 배정받은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수록 제도 자체가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정 구 소재 학교에 지원자가 줄어들고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구로 빠져나가 민심마저 이반되면 당장 구청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제도의 백지화 또는 전면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고교선택제의 핵심은 서울 시내를 단일 학군으로 보고 원하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1단계 전형에 있는데도 그 부작용을 우려해 거주지 학군 내 지원을 은근히 권유하는 교육청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특히 1단계에서 거주지 외 학군에 지원한 학생의 경우, 1, 2단계 모두 거주지 학군 내에서 지원한 학생보다 3단계 강제 배정 때 원거리 학교에 배정받을 확률을 높인다는 교육청의 입장은 고교선택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이러한 조치는 정당한 선택을 한 데 대해 일종의 ‘페널티’를 준다는 뜻이므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고교선택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비선호 학군 내 인기가 없는 학교는 진로 및 취업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이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소구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명문대 진학률이 학교의 평가 기준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진표 대표는 “학교별로 특색, 개성을 갖도록 독려하는 한편, 학생들의 성적과 적성에 맞는 진학 지도를 효율적으로 하는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Tips

    모르면 손해 보는 고교선택제

    ●서울지역 고교선택제는 형식적으로는 3단계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지원 결과는 최종 학교 단 한 곳만 개인에게 통보한다.

    ●고교선택제 1, 2단계에서 추첨 배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같은 학교에 중복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간절하게 원하는 학교가 있다면 중복 지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고 지원자가 모집인원에 미달하면 추가 선발할 수 있지만, 후기고는 미등록으로 결원이 발생해도 추가 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선호 학교는 등록포기자 때문에 정원보다 적은 학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의 일반학교군(거주지 학교군)과 거주지 인근 학군을 묶은 통합학교군 내에서 거주지를 이전하면 전입학은 허용되지 않는다. 타 시도에서 이전해오거나 배정받은 학교가 속한 일반·통합학교군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전입학이 가능하다.

    ●후기고에 배정·입학한 학생이 거주지를 속인 사실이 확인되면 실거주지 학교로 재배정·전학 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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