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인체 조직과 세포 이용 손상된 무릎, 수술 없이 치료

연세사랑병원의 무릎관절 연골재생술

  • 최영철 ftdog@donga.com

    입력2009-12-10 13:2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체 조직과 세포 이용 손상된 무릎, 수술 없이 치료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환자의 무릎 상태를 진찰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와 스노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강원도 지역 일부 스키장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데 이어 나머지 스키장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올해도 많은 사람이 스키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날로 높아지는 인기만큼이나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 무릎을 다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무릎관절을 다치고도 방치할 경우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는 점.

    관절염도 예방시대, 미리 알면 막을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관절 안에서 스프링 기능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부분적으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정도가 더 심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 환자도 크게 느는 추세. 비만과 운동부족 때문에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높아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몸짱’ 열풍으로 과격한 운동을 하다 무릎을 다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 관절 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의 자체 조사 결과, 무릎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30대 이하 환자는 2005년 3066명(20대 이하 690명, 20~30대 2376명)에서 2007년 7159명(20대 이하 1359명, 20~30대 5800명)으로 2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모든 질환이 다 그렇지만 특히 퇴행성 관절염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골 손상 초기에 복원 치료를 하면 통증 완화는 물론 퇴행성 관절염 예방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골의 손상 여부를 초기에는 스스로 잘 알 수 없다는 점. 연골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어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연골이 다 닳아서 뼈가 서로 마주칠 정도가 돼야 통증이 오기 시작하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손상이 있어도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연골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없어 한번 손상되면 모두 닳거나 뼈에서 떨어져나가기까지 방치되기 십상이다.

    최근까지 초기 관절염이나 손상된 연골의 치료법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연골주사 등으로 치료하다 상태가 점점 심해지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젊은 나이에 연골 손상을 입어 관절염으로 악화된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인공관절 시술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치료 없이 통증을 참고 견딜 수도 없는 일.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연골 자체나 연골 조직, 연골 세포를 배양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연골재생술이다.



    효과적인 연골재생술을 받으려면 우선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 퇴행성 관절염의 조기 진단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관절내시경 검사. MRI 검사는 무릎관절 내 연골과 관절 주위 근육, 인대 등의 무릎 구조물을 잘 볼 수 있으며, 관절내시경 검사는 무릎의 구조물을 직접 보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100%에 가까운 완전한 검사를 위해서는 두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병행하는 게 좋다.

    연골재생술은 손상 부위와 크기, 환자 나이에 따라 연골 재생의 정도와 회복속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재생능력이 비교적 뛰어난 초기 손상 때, 그리고 55세 이전에 치료받는 게 효과적이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일부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을 제외하곤 자체 연구시설을 갖추고 연골재생술을 할 수 있는 병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이런 여건에서 연세사랑병원은 전문병원 최초로 연골재생 연구개발센터를 열어 관심을 끈다. 이 센터는 연골세포의 채취·배양 등 연골 재생과 세포치료 분야에서 각종 연구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데, 전문적인 연골 연구를 위해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연골재생센터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미국과 유럽 동부지역에는 연골재생연구소가 많다. 현재는 통증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연골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연골재생 및 세포치료로 관절염을 예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인체 조직과 세포 이용 손상된 무릎, 수술 없이 치료

    (왼쪽부터)관절내시경으로 환자의 관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연골재생술을 받기 전후 모습.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연구개발센터에서 연골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손상 부위 따라 다양한 연골재생법 적용

    그렇다면 연골재생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연골재생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세천공술 : 연골 손상 부위가 1㎠ 이하일 때는 미세천공술을 시행한다. 이는 연골 밑에 있는 뼈에 구멍을 뚫은 뒤 그곳에서 나온 혈액 성분을 연골로 분화(생물의 세포, 조직 등이 각각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 형태나 기능이 변해가는 현상)시켜 손상 부위를 덮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원래의 연골보다는 약한 연골로 재생된다. 재생된 연골의 강도는 정상 연골의 60% 수준. 따라서 수술 후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재활훈련이 특히 중요하다.

    자가골 연골이식술 : 손상 부위가 2㎠ 이하일 때는 건강한 무릎연골 중 체중 부하를 받지 않는 부분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을 복원하는 자가골 연골이식술을 시행한다. 뼈와 연골을 함께 채취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손상 부위가 작을 때만 적용되며, 연골을 떼낸 부위에 또 다른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자가연골세포 배양이식술 : 손상 부위가 2㎠ 이상이라면 자가연골세포를 채취, 배양한 뒤 주입하는 자가연골세포 배양이식술을 쓸 수 있다. 손상된 부분에 자신의 연골세포를 이식해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으로, 자기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물질 반응이나 거부 반응 등 부작용이 없으며, 일단 재생되기만 하면 영구적으로 자신의 연골과 관절이 되기 때문에 수명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고, 더 이상의 손상이나 관절염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초기 퇴행성 관절염이나 젊은 나이의 연골 손상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반월상 연골판이식술 : 관절내시경을 통해 특수 처리된 생체반월상 연골판을 관절에 이식, 뼈와 뼈의 마찰을 줄여주는 방법.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관절 통증까지 없앨 수 있는 치료법이다. 수술 3~4일 후 퇴원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수술이며, 몇몇의 대학병원 및 관절 전문병원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지거나 크게 손상받으면 해당 부분을 도려내는 것(반월상 연골판 절제술)이 일반적이지만, 퇴행성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반월상 연골판이식술은 그런 단점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반월상 연골판 절제술을 한 뒤 6개월마다 검진하면서 퇴행성 관절염이 의심되면 바로 반월상 연골판이식술을 권유하는 실정이다. 연세사랑병원이 최근 1년간 반월상 연골판이식술을 시행한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술 3개월 후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식한 반월상 연골판이 무릎관절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이런 연골재생술을 매달 40여 건 시행하고 있으며, 개원가 중에선 가장 활발하게 연골재생술을 시행하는 곳이다. 고용곤 원장은 “연골재생술 도입으로 초기 관절염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한 분야이므로 여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