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2009.10.13

우유 한 잔에 담긴 정성 생동감 넘치는 체험기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입력2009-10-07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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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 한 잔에 담긴 정성 생동감 넘치는 체험기
    705호 커버스토리 ‘하얀 전쟁, 우유 열국지’라는 제목은 다소 생뚱맞았다. 하지만 기사를 읽다 보니 왜 이 시점에 우유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매일 먹는 친밀한 먹을거리인 유제품에 대한 상식은 모임에서 ‘이야기 한 자락’을 뽑을 만했다. 사실 필자는 어려서 우유를 많이 안 먹은 탓에 키가 작다.

    반면 여덟 살배기 아들 준석은 우유를 음료수처럼 마시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우리 부자의 ‘상반된 현상’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기사는 원유 생산량과 1인당 소비량의 엄청난 증가를 수치로 보여주면서 국내 낙농유제품 생산 50년의 눈부신 역사를 첫 장에 다뤘다. ‘분유의 제왕은 바뀌는가’는 45년 ‘절대강자’ 기업이 2인자에게 제왕의 자리를 넘겨준 ‘사건’을 다뤘다.

    상반기 매일유업의 약진은 ‘분유는 남양’이라는 필자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그 사건의 원인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멜라민 분유 파동’이었다고 하니 먹을거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언론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할 수밖에. ‘시원한 우유 한 모금, 땀 한 컵 정성 담겼네’는 기자가 생산현장을 체험하고 쓴 기사여서 생동감이 전달됐다.

    ‘투잡족(族)’ 배달원의 수입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글을 읽으며 새벽 3시부터 배달한다는 그들의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자의 어린 시절 행적의 고백이었다(지금은 퉁퉁한 그 기자 양반, 우유공장 취재하면서 아련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구려).

    ‘초유함량은 유죄, 초유성분은 무죄’는 공정위의 오해 살 만한 조사방식도 문제지만 ‘극미량의 초유를 함유한 것 가지고 마치 엄청난 초유가 들어간 것처럼 광고했단 말인가’라는 허탈함이 더 컸다. ‘완전식품의 비밀, 우유 Q·A’에서는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유용했다.



    ‘흔들리는 바나나를 위한 변명’은 최근의 2PM 박재범 소동을 통해 교포 청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그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이해 역시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부분이기 때문이다. ‘종로엔 왜 커피 전문점이 많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을 때 ‘그야 장사가 잘되는 목 좋은 곳이라서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이 기사를 통해 ‘복잡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됐다.

    물리학자 등 과학자의 연구와 분석으로 인구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의 분야에서 설명했던 사회현상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여하튼 지식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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