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2009.09.29

얼룩 풍경화,추상화도 닮았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9-23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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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 풍경화,추상화도 닮았네
    ‘얼룩’에 대한 이미지는 불편하다. 지우고 싶은 얼룩진 과거가 있는가 하면, 새 옷에 튀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얼룩도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얼룩이 작품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윤영경(34) 화가에게 얼룩은 하얀 종이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는 소중한 소통수단이다. 그는 한국화의 전통 수묵담채 기법을 사용해 종이 위에 과감하게 얼룩을 묘사한다.

    “먹물을 종이에 떨어뜨릴 때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우연이죠. 제가 원하는 형태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얼룩의 매력입니다.”

    그의 전공은 한국 풍경화. 생활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자연과 생활환경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가 머물던 강원도 고성과 경남 통영의 산, 바다, 강이 모두 작품에 담겨 있다. 경기 과천으로 이사하면서 도시 풍경까지 화폭 속으로 들어왔다. 주변 풍경이 얼룩과 만나면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서게 됐다. 사실적 묘사임에도 남겨진 공간의 여백과 얼룩의 효과가 어우러져 추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

    극적인 우연의 효과를 내는 얼룩을 그림에 담기 위해, 그는 여러 번 얼룩을 찍어내는 시행착오를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어떤 얼룩이 작품에 어울릴지 알 수 없기에 서너 점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화를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의 작품에 대해 관객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2006년 독일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당시 생면부지의 독일인들이 그의 작품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독일인들이 의외로 한국화에 관심이 많더군요. 한국의 산수라고 하면 정선의 그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제 그림을 보고는 ‘한국화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며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작품으로 곧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9월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풍경의 빛’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여는 것.

    “이번 작품에는 채색을 좀더 가미했습니다. 얼룩 사이사이에 현대 한국의 도시들을 그려 넣음으로써 시공간을 넘어선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가을의 문턱에, 이채로운 풍경을 보러 오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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