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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슬근슬근 자급자족, 슬렁슬렁 보물찾기

붓고 가려운 풀독 피부병 구슬땀 흘리자 ‘말끔’

붓고 가려운 풀독 피부병 구슬땀 흘리자 ‘말끔’

붓고 가려운 풀독 피부병 구슬땀 흘리자 ‘말끔’

1 애기똥풀 꽃과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 진액. 2 피부염 치료를 위해 최근에 다시 본 책들. 병을 스스로 고치자면 몸 공부를 하는 수밖에.

풀독이 올랐다. 풀독은 일종의 접촉성 피부염이며, 풀이 닿은 부분에 좁쌀 같은 반점이 생기면서 가렵기 시작해 번져나간다. 그간의 내 경험에 따르면 병에도 어떤 흐름과 리듬이 있는 것 같다. 병은 점점 번지다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나중에는 가라앉는다. 이런 관점에서 피부병도 일단 증상을 지켜보았다.

반점은 우선 왼쪽 손목 근처에서 시작됐다. 하룻밤 자고 나니 조금 더 번져 오른쪽 손목에도 생겨났다. 많이 가려운 곳에선 진물이 나왔다. 그곳에 쇠비름을 짓이겨 발랐다. 싸한 느낌이 들면서 가려움이 어느 정도 가셨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나니 조금 더 심해졌다. 왼쪽 눈두덩마저 부었다. 이곳엔 반점은 없지만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부었다.

팔목만이 아니라 손가락에도 이곳저곳에 작은 반점이 생겼다. 내 느낌에는 여기가 고비. 온몸으로 더 번지느냐, 아니면 이걸 최고치로 나아지느냐의 갈림길이다. 인터넷으로 치료 경험담도 알아보고 관련 의학책을 뒤져봤다. 아내하고는 몸 흐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자가 치료를 해나갔더니 5일째쯤부터는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눈 둘레부터 부기가 조금 빠졌다. 처음 발원지인 팔목 둘레는 진물이 나며 간간이 가려웠다. 아내가 쑥뜸을 권했다. 쑥뜸은 소독효과도 있지만 쑥이 타면서 나오는 쑥진이 연고처럼 상처 부위를 보호해준다.

덥다고 몸을 덜 움직인 것이 탈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소강상태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병 치료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왜 피부에 병이 생겼을까? 나는 여름철에 주로 피부병이 생긴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풀과의 접촉. 여름철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가 되면 풀은 기세등등하다. 최대한 높이, 멀리 자라 씨앗을 잘 맺고자 한다.

밭 둘레에 온갖 풀과 덩굴나무가 호시탐탐 밭으로 파고든다. 이를 베다가 독성을 가진 어떤 풀이나 나무와 닿았기 때문이다. 애기똥풀을 낫으로 베면 노란 진액이 나오는데 이건 독에 가깝다. 환삼덩굴이나 며느리밑씻개 같은 풀은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이를 베다 보면 온몸에 엉겨들어 피부에 상처가 난다.

붓고 가려운 풀독 피부병 구슬땀 흘리자 ‘말끔’

3 사위질빵. 자손을 많이 남기려고 엄청난 기세로 뻗어간다. 4 환삼덩굴. 줄기와 잎자루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슬쩍 닿기만 해도 상처가 난다. 5 진물이 나자, 쑥뜸으로 소독. 6 가려울 때는 쇠비름을 짓이겨 바른다.

이런 풀 말고도 내가 모르는 풀이 서로 뒤엉켜 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여기다가 미련하게도 날이 덥다고 반팔 옷을 입고 일을 하니 풀독에 더 취약하다. 그런데 다시 이런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이 여름이면 풀과 접촉하는데 왜 피부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나 역시 해마다 풀을 여러 번 베었지만 어느 해는 괜찮았고 어느 해는 두 번이나 발병하기도 했다.

이렇게 좀더 근본원인을 파고드니 답은 ‘면역력’이다. 그럼 더 구체적으로 피부와 관련된 면역력은 무엇일까. 이렇게 따지고 드니 그 답은 의외로 상식에 가깝다. 피부건강이란 피부가 갖는 고유한 기능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에 달렸다. 피부가 하는 일은 많다. 몸 보호, 체온조절, 피부호흡….

이쯤에서 내가 겪는 피부병에 대해 확신에 가까운 진단이 나왔다. 더운 여름이라고 몸을 덜 움직인 게 탈이었다. 조금만 덥다고 느껴지면 활동을 적게 했다. 선선한 아침이나 해거름에 잠깐 일을 하는 정도로. 한마디로 내 피부병은 게을러서 생긴 거나 다름없었다.

누구나 하기 쉬운 ‘땀 요법’

이렇게 정리가 되자 치료법도 분명해졌다. 음식을 가려 먹거나 무슨 약물을 피부에 바르기 이전에 몸 자체에 답이 있다. 바로 몸을 몸답게 움직이는 것. 너무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흘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다른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땀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땀이 적게 나는 체질이라 땀을 내는 데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일단 복장을 달리했다. 긴 팔, 긴 바지에 목장갑을 끼니 완전무장에 가까웠다. 여기에다 풀과 접촉을 줄이고자 목이 긴 신발을 신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땀이 날 듯했다. 날이 더운데도 밖에서 일을 해나가자, 콧잔등에서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겨드랑이 가슴으로 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이 느낌을 살려가며 일을 계속 했다. 점차 땀이 번져 바지까지 젖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느낌이 좋았다. 똥오줌을 눌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배설의 쾌감이라고 할까. 몸속에서 뭔가 나쁜 것들이 몸 밖으로 시원하게 빠져가는 듯했다. 어쩌면 이게 피부호흡이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다면 심호흡도 기분이 좋지만 피부호흡이 주는 느낌 또한 아주 은근하게 좋다. 곧이어 물이 당겼다. 물론 그 맛은 꿀맛이었다.

시간을 보니 얼추 한 시간 땀을 흘렸다. 샤워를 하니 땀과 소금이 엉긴 때가 밀려나왔다. 땀 흘린 속옷은 세탁기 대신 즉석에서 손으로 빨았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두어 번 땀을 흠뻑 흘렸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가려운 증세가 싹 가신 것이다. 거짓말 같이. 그러고 나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가려움은 물론 열감마저 없어졌다.

내가 피부병이 있다는 것조차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전쟁이 멎고 평화가 온 느낌이랄까. 그 다음 날 역시 차도가 눈에 띄게 드러나니 땀의 효능을 새삼 실감할 수밖에. 이제는 검붉게 가라앉은 딱지가 피부에서 떨어질 일만 남았다. 피부병을 치유하면서 느낀 점은, 몸을 움직여 흘리는 땀은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과는 아주 다르다는 거였다.

후자가 외부 자극에 의해 땀을 뽑아내는 거라면 전자는 뼈, 근육, 심장, 폐, 피부 모두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몸 안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치료 역시 부분 치료가 아닌 온몸 치료가 된다. 이를 나는 ‘땀 치료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상식을 몸으로 체험하는 수준이니 아주 간단하다. 이렇게 내 몸 임상실험을 해보니 병이란 꼭 두려워 할 대상만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친구가 되어 내 몸과 대화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니까.

입력 2009-08-19 12:07:00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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