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0

2009.08.25

“몸값 올리려고 열애 사실 공개”?

연예계 날마다 핑크빛 사연 … CF 동반 출연 등 관심집중, 결별 땐 비수 될 수도

  • 신민섭 일요신문 연예부 기자 ksimany@hanmail.net

    입력2009-08-19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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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값 올리려고 열애 사실 공개”?
    최근 연예계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핑크빛 열애설이 불거진다. 쌍춘년(입춘이 두 번 드는 해)이던 2006년을 기점으로 연예인의 열애설 기사가 급증하더니, 또 한 번의 쌍춘년을 맞은 올 들어서는 어지간한 톱스타들의 열애설이 아니면 주목받기조차 힘들 정도다.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선 “대형 사건이 없으니 열애설 기사만 넘쳐난다”는 푸념 섞인 얘기가 터져나온다. 요즘 연예인들은 열애설이 나와도 딱히 부인하지 않는다. 숨기기는커녕 기사가 나오기 전 열애 사실을 공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숨기기커녕 당당하게 “우린 연인”

    “몸값 올리려고 열애 사실 공개”?

    최근 공개 연인을 선언한 현빈·송혜교 커플.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후 실제 연인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예계에는 ‘공개 연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1990년대에 결혼한 대형 스타인 최수종 하희라, 손지창 오연수 부부 등은 결혼 직전까지 열애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김승우 김남주 부부도 결혼 직전에야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과거 연예계에선 열애설이 터지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여겼다. 여성 연예인의 경우 ‘만인의 연인’이라는 순결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남성 연예인은 여성 팬들의 이탈을 초래하리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연예인의 결혼은 곧 은퇴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이런 분위기는 급변했다. 요즘 스타들은 열애 사실을 당당하게 털어놓고 공개 연애를 즐기다 결혼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 대표적인 공개 연인이던 류승범 공효진 커플은 영화제 시상식장에 같이 나타나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이후 결별했다가 다시 만나 현재 결혼을 앞두고 있다. 열애 사실이 알려져도 연예인의 이미지에 별다른 손상을 주지 않았고, 여성 연예인의 결혼 역시 더 이상 은퇴 사유가 되지 않았다.

    김혜수 이영애 등 1990년대에 절정의 인기를 누린 30대 후반 여성 연예인들은 ‘결혼=은퇴’라는 당시 ‘공식’에 따라 결혼을 미룬 채 연기 활동에 매진하다 아직까지 미혼으로 있다. 반면 이요원 한가인 등 후배 연예인들은 20대 초·중반에 결혼을 하고도 여전히 톱스타의 자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요원은 심은하의 대를 이을 대형 스타감으로 예견됐지만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 후 은퇴가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출산 이후 연예계로 돌아왔고, 지금은 MBC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오히려 결혼 전보다 성공적인 연예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몸값 올리려고 열애 사실 공개”?

    공개 열애는 ‘양날의 칼’이다. 결혼에 골인한 연정훈·한가인 커플(왼쪽 사진)은 드라마, CF 등을 통해 승승장구했지만, 얼마 전 헤어진 이서진·김정은 커플은 결별 과정이 언론을 통해 ‘생방송’되는 아픔을 겪었다.

    최근에는 열애설 공개나 조혼이 연예인에게 경제적인 이익까지 더해주고 있다. 현빈 송혜교 커플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CF 모델로 동반 활동하고 있었는데,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재계약 협상에 들어설 경우 ‘몸값’이 크게 뛰어오를 전망이다. 게다가 다른 광고주들까지 이들 두 사람을 동반 섭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예인에게 CF 활동은 노동력 대비 고수익이 보장되는 부업이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아무 연예인에게나 CF 출연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 열애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공개 연인이라면 이런 광고주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 미혼 스타는 화장품, 이동통신, 패션의류 등 높은 출연료를 받는 A급 CF에 출연할 기회가 있지만, 이런 CF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기혼 스타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용품의 CF에 출연할 수 있다. 이런 CF 광고주는 대개 기혼 연예인 중 젊은 이들을 선호한다.

    이미 끝난 사랑까지 상업화

    CF 출연처럼 직접적인 수익을 챙기지는 못해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몸값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귈 때는 그 사실을 비밀로 했던 연예인들이 헤어지고 난 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 과거의 열애 사실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미 끝난 사랑까지 대중에게 ‘판매’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지지만, 이들에게도 열렬한 반응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이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없는 열애설도 만들고 보자 싶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공개 연인이 결별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 톱스타의 열애는 보통사람의 결혼과 비슷한 영향력을 갖는다. 누구나 하는 열애와 결별이지만 그 과정이 전 국민에게 생방송처럼 전달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결별한 이서진 김정은 커플이 그런 경우다. 미혼남녀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게 사랑과 이별인데, 이들 두 사람의 경우 아직까지 결별 사유가 사회적 미스터리로 회자되고 있다.

    ‘반복’은 더욱 고달픈 현실로 다가온다. 송혜교는 이제 현빈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설레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겠지만, ‘같이 출연하는 상대와 연이어 사귄다’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드라마 ‘올인’에서 함께 연기한 이병헌과는 공개적으로 사랑했고, ‘풀하우스’에 출연한 비와도 열애설이 불거졌다. 그러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호흡을 맞춘 현빈과 다시 공개 연인이 됐으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연예인의 열애설은 ‘관심 집중’이라는 양날의 칼이다. 높은 관심은 연예인에게 커다란 도움이 된다. 오죽하면 ‘노이즈 마케팅’까지 등장했을까. CF 제의 증가 등 경제적 이익도 동반한다. 하지만 이런 높은 관심이 결별 후에는 치명적인 비수로 변해 날아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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