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0

2009.08.25

김연아에게 메시지 보내볼까?

실시간에 가까운 소통 ‘트위터’의 세계… 관심은 폭발적, 실제 이용자는 적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8-19 11:4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연아에게 메시지 보내볼까?
    “I ate too much for weekend. Feel like I’m getting fat!! But I’m not.ㅋㅋㅋㅋ” (김연아 http://www.twitter.com/Yunaaaa)

    트위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취재 때문도 아니고, 최신 IT(정보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심심해서는 더욱 아니다. 그건 순전히 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은반의 요정 김연아. 그가 웃을 때면 같이 웃게 되고, 스파이럴을 할 때면 두 손을 꼬옥 쥐게 된다. 그런 그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물론 직접 만나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생각이 내게 바로 전달된다면 그걸 대화라고 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Twitter “Follow me!”

    ‘지저귀다’라는 뜻을 가진 트위터(twitter)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일환으로 ‘작은 블로그’라고 불리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사용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e메일 등을 통해 트위터 홈페이지에 메시지를 보내면, 자신의 트위터를 follow한(메시지를 받기로 한) 다른 사용자들에게 바로 전달되는 서비스다. 즉, 트위터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는지 얘기하는 곳’이다. 2006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인사와 여러 기업이 홍보에 이용하면서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와 함께 3대 SNS로 불리고 있다.

    트위터 이전에도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해주는 SNS는 존재했다. 한국의 경우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트위터는 싸이월드를 비롯한 기존의 SNS들과는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즉각적인 메시지 전달 △일방향적인 관계 형성 △140자 단문메시지 작성 외에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편집 가능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보려면 그 사람의 트위터를 follow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누구라도 거절 없이 follow할 수 있다. 김연아와 오바마에게 싸이월드 일촌신청을 한다면 거절당할 확률이 99%이겠지만, 트위터에서 follow를 하면 거절당할 확률이 0%인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 간의 관계 형성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것이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는 열린 공간이라는 인터넷의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와도 대등하게 관계를 맺고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트위터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속도다. 누군가가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리면 그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follow를 맺은 사람들에게 전송된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다시 그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로 트위터에 올릴 수 있고, 이런 식으로 트위터라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안에서 실시간에 가까운 소통이 이뤄진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사천리로 계정을 만들고 김연아의 트위터를 찾았다. 김연아와 정답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그의 트위터에만 들락날락하기를 며칠. 연습 때문에 바쁜지 일주일째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지루함 반 호기심 반, 다른 사람들의 트위터를 한 번씩 들어가봤다. 많은 사람이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의 대부분은 ‘오늘은 무얼 먹었고, 어디를 갔고’ 하는 식의 잡담이다.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네트워크

    트위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모바일과 e메일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메시지를 올리고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트위터가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한국에서는 모바일 연동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인터넷에 들어가서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IT 칼럼니스트 조중혁 씨는 “해외에서는 상당수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글을 올리는데, 국내에서는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돼야 많은 사람이 트위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덧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한국에서는 활성화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중혁 씨는 “트위터는 메뉴와 UI(User Interface) 등이 한국의 다른 네트워크 서비스와 다른 부분이 많아 일반인이 사용하기 어렵다”며 “한국 사용자들은 트위터 이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얼마 전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는 10대 인턴 매슈 롭슨의 ‘10대들의 미디어 이용 관련 보고서’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보고서에서 “10대들은 비싼 데이터 요금을 내야 하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트위팅할 돈으로 차라리 친구에게 직접 문자를 보낸다”며 트위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 미디어 분석회사 ‘sysomos’에 따르면 “5%의 사용자가 75%의 트위터 대화를 생산하며, 사용자 2명 중 1명만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트위터를 실제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트위터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실제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적다는 것. 이 밖에도 보안 문제, 언어파괴 문제, 유명인사 사칭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한계가 드러나지만 여전히 트위터는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만 트위터에 투자된 돈은 5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5월에는 애플이 7억 달러에 트위터 인수를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왜일까? 그건 트위터가 보여주는 가능성 때문이다.

    트위터가 만들어진 지 이제 겨우 3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시기인 것이다. 무엇보다 트위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네트워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네트워크다. 오늘의 한계가 내일은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위터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기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트위터를 즐기고 있으며, 결국 무엇이 그들에게 맞는지를 찾아낼 것입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종현(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