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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아기 피부 꿈꾸다 인생 주름 질라

‘페놀 박피’ 파문으로 피부과 고객들 ‘술렁’ … 강한 효과만큼 ‘강한 부작용’도

아기 피부 꿈꾸다 인생 주름 질라

아기 피부 꿈꾸다 인생 주름 질라

얕은 박피는 홈필링 제품 등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사진은 한 화장품회사에서 개최한 홈필링 신제품 시연행사.

10월에 결혼하는 예비신부 조혜정(32) 씨는 ‘박피’ 마니아다. 각질 제거는 물론 피부톤 조절, 화이트닝, 탄력 개선 등의 효과가 있어 ‘런치필’ 등 가벼운 박피를 여러 차례 받아왔다. 요즘 기미가 심해지는 데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 좀더 강도가 센 박피 시술을 받으려고 피부과 상담까지 했으나, 최근 불거진 ‘페놀 박피’ 사건 이후 남자친구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

조씨 역시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니 만에 하나라도 부작용이 생길까 걱정돼 가벼운 박피조차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차·박 피부과 홍보담당 이현주 차장은 “실제로 페놀 박피 사건 이후 일반 박피는 물론 스케일링을 받으려는 환자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라마르클리닉 홍보담당 박수영 씨도 “박피, 즉 얼굴을 벗겨낸다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최근 피부과에서는 그 용어를 쓰지 않는다”며 “약물을 이용한 화학 박피는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고, 지금은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기미 및 피부노화 개선 효과

‘페놀 박피’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페놀 박피 사건이란 ‘아기 피부처럼 되돌려준다’는 말에 강남의 유명 피부과 원장 P씨에게 페놀 성분을 이용한 박피술(이하 페놀 박피)을 받은 여성 10명이 시술 부작용으로 화상을 입어 안면부 4급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을 말한다.

8월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시술에 참여한 이 병원 피부과 전문의 안모 씨와 노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그 내용을 언론에 밝혔다. 문제의 P원장은 2008년 4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날 ‘시술받은 후 3년 6개월간 집과 피부과만 오갔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도 헤어졌다’, ‘얼굴 80%에 화상을 입은 결과 피부가 말려 올라가 눈이 감기지 않았다’ 등 피해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검붉은 흉터로 울퉁불퉁해진 처참한 피부 사진이 공개되면서 ‘박피괴담’이란 말이 떠돌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1회 시술에 1200만~1600만원이 드는 비용 또한 화제를 모았다.

박피는 ‘피부를 벗겨낸다’는 뜻으로 ‘필링(peeling)’이라고도 불린다. 산도가 높은 약물 또는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에 상처를 낸 후 새살이 돋게 유도하는 피부재생의료술이다. 사용하는 약물이나 기구에 따라 화학 박피, 레이저 박피, 기계 박피, 벗겨내는 깊이에 따라 최표층 박피, 표층 박피, 중층 박피, 심층 박피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많이 벗겨낼수록 개선 효과는 좋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

문제가 된 페놀 박피는 가장 강도 높은 화학·심층 박피에 속한다. 독극물의 일종인 페놀을 얼굴에 발랐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피부과 전문의들의 의견은 다르다. 페놀 박피는 10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시술돼 ‘검증된’ 박피술이라는 것. 서양에서는 1920년대 할리우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에도 90년대 중반에 도입된 뒤 많은 환자가 시술받았다.

특히 기미 및 피부노화 개선, 흉터 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놀 박피는 피부과 전문의가 화학 박피를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책 ‘케미컬 필링’(한미의학)에서도 30% 이상의 분량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같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연세스타 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총을 쏴야 할 곳에 대포를 쏜 격”이라며 “효과에 비해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은 피부에 페놀 박피를 시술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놀 박피는 60, 70대 이상의 노화 피부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사례도 노인층에서 나타난다. 페놀 박피 홍보 사진 속 인물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나이가 많은 노인이다. 젊은 피부의 경우 에너지가 강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모공이 두드러지지 않아 겉으로 보기에 깨끗한 피부도 민감하거나 회복이 느린 경우가 많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또 개선이 필요한 부위뿐 아니라 얼굴 전체를 시술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눈 밑 기미만 없애고 싶거나, 볼에 있는 흉터만 제거하고 싶어도 얼굴에 다 약물을 발라야 한다. 시술 후 피부톤이나 결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부위만 시술하면 얼굴에 얼룩이 지기 때문이다. 페놀 박피의 경우 시술 전에 얼굴이 아닌 피부에 약물을 바르고 부작용이 없는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얼굴 피부보다 몸 피부에서 흉터가 잘 생기기 때문. 실제로 몸의 피부 질환은 페놀로 치료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의사가 환자의 피부 나이나 타입, 병변(病變) 등을 꼼꼼히 따진 후 시술해야 안전하다. 이상주 원장은 “페놀 박피라는 시술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이번 사건은 페놀 박피까지 하지 않아도 될 피부에 ‘과욕’을 부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아주 불행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안전한 박피 시술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라마르 피부과 박상혁 원장은 “표피까지만 깎아내는 얕은 박피를 여러 번 받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얕은 박피는 시술이 쉽고 모든 피부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작용이 적다. 피부톤이나 결 개선, 여드름 치료 등에 주로 이용된다. 특히 스케일링이나 크리스털 필링, 해초 박피 등 각질층만 벗겨내는 최표층 박피는 시술 후 바로 화장하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가벼운 시술이다.

표피 전층을 벗겨내는 표층 박피는 시술 후 완전히 회복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 쿰스 용액이나 글리콜린산, 저농도의 TCA 등을 이용한다. 진피 상부까지 벗겨내는 중층 박피나 진피 중간까지 벗겨내는 심층 박피는 피부 유형에 따라 사용 약물이 달라지고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높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 심장이나 혈액 순환에 이상이 있을 때도 중층 이상의 피부 박피는 받지 않는 게 좋다.

얕은 박피 여러 번 시술이 안전

최근 대다수 피부과에서는 화학 박피로는 최표층 및 표층 박피만 시술한다고 한다. 중층과 심층 박피는 부작용 위험 때문에 거의 시술하지 않는다. 그 대신 프락셀 등 레이저를 활용한 시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상주 원장은 “화학 박피와 달리 의사가 시술하면서 레이저의 밀도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레이저 시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의 레이저 시술은 피부를 깎아내는 게 아니라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순간적으로 자극을 주는 형태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심각한 문제는 아니더라도 박피 시술을 자주 받으면 얼굴이 붉어지는 홍반이나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다. 박상혁 원장은 “색소침착은 멜라닌 세포의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술 전 멜라닌 세포 억제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술 후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시술 후 외출할 때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햇빛이 강할 때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보습제를 자주 바르고 얼굴에 생긴 각질을 억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고 특히 찜질방, 사우나에 가는 일은 절대로 금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9.08.25 700호 (p86~87)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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