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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

북한, 2012년 4월15일 ‘고려연방’으로 국호 변경?

김정일, 3男 승계와 대남 압박 위한 묘책으로 친북인사에게 공언說

북한, 2012년 4월15일 ‘고려연방’으로 국호 변경?

8월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개월여 만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두 명을 데려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장시간 대담함으로써 일상 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과시한 것.

김 위원장은 어떤 루트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불러들였을까.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끊임없이 외부인을 만난다. 이런 만남을 통해 흘러나오는 단편적 정보를 취합하면 ‘김정일의 현재’를 그려볼 수 있다.

김정일 “내 맘대로 안 된 세 가지”

7월29일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 국방부 출신 대북전문가인 해병대지휘참모대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 군부의 일부가 한국 국가정보원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정보라는 것은 막힌 듯해도 통하고, 통함을 이용해 서로 속고 속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국 시민권자인 A씨는 대표적인 친북인사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도와준 인물로 꼽힌다. 그는 오래전부터 김 위원장을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1대 1의 편안한 만남은 허락하지 않는다. A씨는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 위원장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는 제3국 국적을 가진 또 다른 친북인사가 동석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대화는 김 위원장이 주도했다. 김일성 탄생 97주기 전날인 4월14일 밤, 북한은 프랑스 자본을 들여 공사를 재개한 105층짜리 유경호텔을 배경으로 ‘강성대국 불보라’라는 제목의 대규모 축포야회(불꽃놀이)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 행사를 거론하며 “그 야회는 샛별장군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A씨는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한 탓에 ‘샛별장군’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했다. 그는 샛별을 ‘세 번째 별’로 이해하고, “세 (번째) 별이 하셨군요”라고 맞장구쳤다. 그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김 위원장 옆에 있던 북한 인사가 “샛별도 모르십네까? 새벽에 찬란히 빛나는 광명성 아닙네까”라고 면박을 줬다.

실수를 알아차린 A씨는 “제가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별은 어버이 수령님이시고, 두 번째 별은 (김정일) 장군님인 것으로 생각해 후계자분은 세 번째 별이라는 뜻으로 ‘세 별’로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얼버무려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김 위원장이 한 발 더 나아가 “어버이 수령 탄신 100주년을 맞으면 샛별장군이 나라 이름을 고려연방으로 바꿀 것”이라는 놀라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1912년 4월15일생이니, 어버이 수령 탄신 100주년은 2012년 4월15일이 된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이날 후계자 정운으로 하여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고려연방’으로 바꾸게 함으로써 정운의 지도력을 북한 전역에 전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렇게 회한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못 해본 것이 없는데 세 가지는 맘대로 안 되대. 건강이 내 맘대로 지켜지지 않아 중풍에 걸린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삼성에 노조를 만들지 못한 것이며, 셋째는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으로 지명된 후 탈세 혐의로 중국에 구속된) 양빈(楊斌)을 빼내지 못한 일이야. 나도 그렇지만 당신도 건강에 유의하시오.”

A씨가 이 얘기를 평소 가까운 한국 관계자들에게 전하자 관계자들은 “천하의 김정일도 운명과 한국(기업)과 중국(정부)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자인했네”라고 평가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부른다. 2012년 김 위원장이 100번째 태양절을 맞아 ‘샛별장군’에게 권력을 이양함과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고려연방으로 바꾸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려연방 선포로 남한 내 갈등 유도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따라서 북한이 국호를 고려연방으로 바꾸면, 남한은 ‘북한의 연방제는 한국의 연합제와 공통성이 있다’고 했으므로, 고려연방 안으로 들어가거나 북한과 연합 또는 연방 구성 문제를 놓고 논의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고래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고 연방제 통일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제4조를 어겼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북한은 두 차례의 대포동 발사와 핵실험이 실패한 것이 분명함에도 북한 주민에게 성공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준 후 미국 여기자를 석방함으로써 미국의 구걸을 받고 용서한 지도자란 인상을 심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그가 한국 인사를 만나준 후 한국 인질을 석방하고 한국으로부터 대북지원까지 받아낸다면 그는 북한 주민에게 무슨 일을 해도 좋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인상도 심게 된다.

이러한 그가 아들에게 권력을 넘기고 고려연방을 선포케 한다면 그는 권력승계 성공과 함께 북한주민들로부터 통일을 이룬 지도자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2012년까지 그는 권력을 쥔 채로 살아 있어야한다. 그러나 살아 있지 못하다면 그의 꿈은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 2009.08.25 700호 (p78~79)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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