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4

2009.07.14

“북한, 핵무기 보유 시도는 커다란 착각”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9-07-08 1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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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무기 보유 시도는 커다란 착각”
    ‘백러시아’로 번역되는 벨로루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크기의 내륙국이다. 인구는 약 1000만명. 이 나라는 희한한 역사를 가졌다.

    1922년 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이 됐다가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독립했는데, 1945년엔 독립국가만 가입하는 유엔에 소련과 함께 정식 회원국이 됐다. 그리고 완전한 독립을 이룬 1997년 러시아와 국가연합에 준하는 관계로 지내자는 조약을 맺었다.

    이 나라의 거물 정치인이 한국을 찾았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벨로루시 국가수반이었고 지금은 야당 대표로 있는 스타니슬라프 슈시케비치(75) 씨가 그 주인공. 대학에서 물리학을 강의하다 정치에 뛰어든 그는 벨로루시 독립 직전 벨로루시 의회 의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소련 붕괴로 벨로루시가 독립할 기회를 잡았을 때 그는 벨로루시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리더로 떠올랐다.

    그는 벨로루시가 독립국가로 존재하려면 소련이 벨로루시에 배치해둔 82기의 핵미사일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벨로루시인들이 민족주의적 상념에 사로잡혀 핵미사일 보유를 고집하면, 벨로루시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장차 러시아로부터도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소련 핵무기를 러시아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했다.

    그는 이 결정 때문에 NATO와 러시아 사이에 낀 약소국 벨로루시가 지금까지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는 1991년 벨로루시의 운명을 2009년의 북한에 투영시킨다. 중국과 한미연합세력 사이에 낀 북한의 처지가 러시아와 NATO 틈바구니에 있는 벨로루시와 비슷하다는 것.



    “북한 지도자는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북한의 독립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건 커다란 착각입니다. 북한 같은 약소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공격을 불러들여요. 벨로루시나 북한 같은 나라는 두 세력을 모두 만족시키는 줄타기를 해야지,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면 위험해집니다. 핵무기가 있어야 독재권력이 유지된다는 북한 지도자의 생각은 현명하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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