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장례서비스 어떻게 활용할까

핵가족 눈높이 맞춰 고급·전문화 … 사이버 추모관 설립 등 갈수록 ‘진화’

  •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입력2009-06-25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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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서비스 어떻게 활용할까
    결혼과 장례는 인생의 중대사 가운데 하나다.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큰 행사를 치를 때 전통사회에서는 지역공동체의 도움을 빌렸지만, 도시화와 핵가족화 속의 현대인에겐 비용과 절차가 부담스럽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해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것이 상조 서비스 회사다.

    국내에 상조 서비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일본의 상조회를 모델 삼아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부산에서 82년에 시작,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400여 개 상조 서비스업체가 활동하고 있고 시장규모는 연간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0여 개의 중소규모 업체가 산재했으나 지금은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가진 대형 회사만 20여 개에 이를 정도다. 이 같은 성장에 대응해 최근 국회에서 상조업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상조 관련 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상조업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부분의 회사가 영세했다. 소비자들도 주로 자택 장례를 하며 장의사에게 맡겨 예식을 준비했기에 상조 서비스가 생소했다. 그러다 90년대 이후 상조업계에 대규모 투자자본이 들어오고,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례 서비스가 고급화하기 시작했다.

    물품·인력·예식 컨설팅 3가지



    80년대까지만 해도 장지 이동은 운구버스 한 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의 버스에 고인과 조문객, 상주가 탑승해 장례식장에서 장지까지 이동하는 것이 흔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무진에 고인을 따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의전 차량이 앞에 서고 고인과 상주, VIP 탑승객을 태운 고급 차량이 뒤를 따른다.

    보람상조의 김용섭 관리이사는 “과거의 운구버스는 고인을 모신 관이 차량 아랫부분에 실리고 그 위에 좌석이 있어 상주가 고인을 깔고 앉아 이동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며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 위해 리무진 차량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상조회사들이 내놓은 장례 서비스 상품은 대동소이하다. 회원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장례가 필요할 때 언제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들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물품, 인력, 예식 컨설팅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혼례와 달리 갑작스럽게 맞는 장례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물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행사 주최자의 부담이 크다. 장례식에는 수의, 관 등 고인용품과 상주용품, 제단 장식, 입관용품 등 30개 이상의 물품이 필요하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장례를 치르게 되면 필요 시점에 맞춰 이 모든 물품을 가입 회사로부터 지원받는다.

    물품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력 지원이다. 예전 대가족 시대의 장례는 집안 어른의 주도 아래 여러 식구가 힘을 합쳐 준비했지만, 핵가족화한 요즘은 상주도 장례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친척도 일손이 아닌 손님일 경우가 많다.

    장례 절차는 종교,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특히 소렴, 대렴 등 염습은 전문 지식과 경험 없이 진행하기 어렵다. 이러한 장례 절차를 안내하고 진행하는 직업을 ‘FD(Funeral Director)’ 또는 ‘장례지도사’라 부른다.

    장례서비스 어떻게 활용할까

    일본 교토의 한 상조서비스 업체 리무진. 국내 상조회사들은 1980년대 초 일본 상조회를 벤치마킹해 초기 사업모델을 구성했다.

    현재 상조업체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장지, 매장법 등을 상담해주고 그에 맞춰 예식 일정을 컨설팅한다. 또한 사후 유가족과 지인들이 기념할 수 있게 장례 앨범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현장감 있는 동영상을 제작해주기도 한다.

    관혼상제 토털 서비스 업체도 증가

    상품 가격은 서비스 내용과 업체에 따라 다양하다. 60만원짜리부터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가입하는 상품은 계좌당 200만~400만원으로 매달 1만~ 5만원을 5~10년간 납부해 총액을 채운다. 납입 도중 장례 서비스를 받으면 총액 가운데 미납한 금액을 일시불로 내면 된다.

    인터넷망과 컴퓨터 보급이 일반화한 최근에는 온라인을 이용한 사이버 추모관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이버 추모관을 통해 먼 곳에 있거나 바쁜 일이 있어 참석지 못한 사람들이 장례 현장을 보며 조문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고인의 추모 영상을 보거나 게시판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상조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장례는 물론이고 관혼상제 관련 토털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업체에 따라 하나의 상품에 가입했다가 필요시 다른 행사로 전환해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례 상품에 가입해 부금을 납부하던 중 집안에 결혼식이나 돌잔치가 생기면 서비스를 변환해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조회사 서비스
    장례서비스 어떻게 활용할까
    부산상조 www.aidclub.com
    1982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상조회사. 국내 상조회사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자산운용 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부산지역 장의 행사의 30%, 결혼식을 포함한 전체 행사의 15%를 점유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제작한 장례용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제공하며 조문객 수, 가풍과 종교 등 회원 개인의 상황에 따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난해 9월부터 직영 장례식장인 울산영락원을 열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부모사랑상조 www.bumo-sarang.com
    철저한 장례지도사 관리와 교육으로 ‘고객불만 제로’를 지향한다. 상조업계 신생 주자지만 업계 최고의 자본금 규모를 자랑하는 안정적인 업체로, 만기 때 전 상품 납입금액을 100% 환급한다. 350만원, 450만원, 750만원 3가지 상품에 가입할 수 있으며 SMS 문자 서비스, 추모음악, 추모영상 상영 등의 서비스를 추가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관리를 해주는 게 특징. 장례식, 결혼식 등 ‘상조’와 관련된 각종 ‘세러머니’를 지원한다.

    현대종합상조 www.preed.co.kr
    2002년 울산에서 장의사업을 시작한 현대종합상조는 2008년 11월 기준 35만명의 회원에 계약수신고 9000억원을 달성한 업계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선진국형 장례 시스템을 표방한 상조 서비스 브랜드 ‘프리드(Preed)’를 론칭해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체계적인 행사도우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된 전문 도우미들이 행사를 돕고 있으며 추모 CD와 사이버 추모관 제작, 30년간 기일 안내 서비스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보람상조 www.boram.com
    국내 상조 서비스 전체 가입자 300만명 중 30% 이상인 65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업체 측은 “업계 최대 규모의 상조업체로, 처음으로 장례식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전국 어느 곳이든 연중무휴로 2시간 이내 출동 가능한 체제를 갖췄고, 조선 왕실의 전통장례를 재현한 궁중렴 서비스와 리무진 운구 서비스도 제공한다. 호스피스 활동과 장의 준비 등 사전 서비스부터 사이버 추모관 등 사후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특징이다.

    효원라이프 www.hyowonlife.com
    상조회사에 대한 불만 중 가장 많은 것이 해약 시 환급을 둘러싼 분쟁. 효원라이프의 ‘효원프리미엄’ 상품(360만원)은 만기 납입 시 납입금액의 100% 환급을 약속한다. 가장 저렴한 300만원대 상조 상품을 이용해도 직계 상주들의 상복을 인원제한 없이 제공하며 리무진 운구차와 버스도 거리제한이나 추가부담 없이 서비스한다. 장례기간 중과 장례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돕는 전문 집례사가 회원들에게 일대일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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