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강남 럭셔리 식당들이 단명하는 이유

  • 입력2009-06-25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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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럭셔리 식당들이 단명하는 이유

    미 피아체의 스테이크.

    식당도 생물체처럼 수명이 있고 생로병사의 궤적을 그린다. 과반수는 유아기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비극적인 종말을 고하는데 부모라고 할 수 있는 업주의 안이함과 미숙함, 미련함 때문이다. 마치 미성년자가 충동적으로 아이를 갖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청담동은 고급 식당을 차리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춘 곳이어서 많은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있다.

    이런 곳은 든든한 자본력으로 고급 인테리어에 솜씨 있는 셰프, 훈련 잘된 스태프, 개성 있는 메뉴들로 중무장하고 매스컴을 통해 화려하게 홍보하며 문을 여는데 개업 초기에는 밤낮으로 장사가 잘된다. 낮에는 아이들 등교시킨 강남 주부들이 모여 식사와 함께 수다의 장을 펼치고, 밤이면 분위기 있는 새 레스토랑을 찾는 남녀가 불나방처럼 모여드니 업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호황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해진다. 광고비를 반복해서 쏟아붓지만 효과는 전보다 못하고 적자만 쌓이는 데다, 주방 스태프가 다른 신생업소의 스카우트로 들락날락하다 어느 날 문을 닫고 마는 게 강남 고급 식당들의 현실이다. 원인은 돈만 많고 운영과 음식은 잘 모르는 업주가 스태프에게 휘둘리다 보니 음식과 서비스가 들쑥날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주 고객층이 단골집보다는 새 업소를 찾아다니는 철새 손님이라는 점, 홍보를 입소문보다 매스컴에 치중한다는 점 등도 단명의 이유가 된다. 반면 업주가 자기 식당 음식을 잘 알고 주방도 장악하면 음식과 서비스의 질이 고르기에 고객 입소문에 의한 인기가 높아지고 단골층이 두터워져 장수하게 된다.



    강남의 부잣집 자녀들이 유학 마치고 돌아와 편하고 폼 나 보이는 일로 선택한 고급식당 창업 유행이 가진 태생적인 비극일 것이다. 덕분에 식당 인테리어 및 컨설턴트업은 호황을 맞아 부의 사회적 순환이 이뤄지니 창업을 말리기만 할 생각은 없다.

    업주가 확실한 개념을 갖고 꼼꼼히 챙겨 명성과 장수의 이관왕을 차지한 대표적인 곳이 청담동의 이탈리아식당 미 피아체(02-516-6317)인데, 편안한 서비스와 만족스러운 음식으로 방문이 결코 후회되지 않는 곳이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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