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상하이 게·딤섬·만두 …“하오츠![好吃]”

전통과 퓨전이 공존하는 미식가들의 천국 세계 최고 수준 식당 즐비

  • 조창완 중국 전문 저술가·‘알자여행’ 대표 jochangwan69@hanmail.net

    입력2009-06-25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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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게·딤섬·만두 …“하오츠![好吃]”

    상하이 신톈디의 카페 거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듯 중국 상하이(上海)의 다리 아래에도 황푸(黃浦)강이 흐른다. 하지만 어느 강이나 그렇듯 이 강 또한 일정한 패턴을 두고 흐르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고, 위에서 봤을 때는 흐르는 것 같지만 강 아래로는 역류하는 일도 수없이 벌어진다. 상하이의 음식도 이런 황푸강의 흐름을 닮았다.

    황푸강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16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160여 년은 세계 어느 곳도 갖지 못한 극적인 변화의 시간이었다. 도시뿐 아니라 상하이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풍부한 음식 인프라를 가진 상하이의 음식 역사는 신비 그 자체다.

    풍부한 영양, 깔끔한 맛 다자셰(大閘蟹)

    상하이는 인근 항저우(杭州)나 장쑤(江蘇)뿐 아니라 산둥(山東) 및 광둥(廣東) 요리가 공존하는 도시다. 거기에 아편전쟁 이후 설치된 조계지들은 세계 각국의 음식이 융합되는 계기가 됐다. 급속한 변화 속에 상하이는 다양한 레시피를 갖게 되었는데 상하이 요리의 특징 중 하나인 전통과 퓨전의 공존도 이 때문이다. 청황먀오(城隍廟)나 난징루(南京路)에는 이 도시의 변화와 함께해온 100년 역사의 전통 먹을거리 집이 즐비하다. 그런가 하면 신톈디(新天地), 류자쭈이(陸家嘴) 등 도시의 각 지역거점에 생긴 고급 식당가에는 각양각색의 퓨전 요리가 생겨나고 있다.

    상하이 미식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가을이다. 상하이를 비롯한 장쑤, 저장(浙江) 등 창장(長江) 삼각지 지역은 해발고도 5m 전후의 평지다. 이 땅에는 수많은 수로와 호수가 있다. 이곳에 사는 생물들이 가장 높은 영양가를 띠는 시기는 여름에 포식한 양분을 몸에 채워 겨울을 맞이하는 10월 말 전후다.



    상하이 게·딤섬·만두 …“하오츠![好吃]”
    양청후(陽澄湖)에서 풍부한 영양분으로 잘 자란 다자셰(大閘蟹·대갑게)는 이름처럼 단단한 껍데기 안에 맛과 영양이 가득한 천하 일미로 다시 난다. 찬장에서 낡은 게 요리용 식기를 꺼내는 상하이인들의 눈가에는 웃음이 배어난다. 상하이에서 가장 이름난 상하이 게요리집은 왕바오허다주뎬(王寶和大酒店). 상하이 게요리는 상하이런자(上海人家) 등 상하이 전문 음식점이라면 어디라도 주머니 사정에 맞는 가격대의 게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사실 상하이는 언제 어느 때 가도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들이 상하이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봐야 하는 곳은 청황먀오다. 청황먀오는 외국계 패스트푸드부터 전통 상하이 요리까지 즐비한 곳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빛나는’ 몇 곳이 있다. 우선은 위위안(豫園) 앞 광장에 있는 뤼보랑(綠波廊)이다. 이곳은 간단한 식사인 뎬신(点心·딤섬)으로 유명하다. 1986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식사를 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곳이다. 산싱솨이수이(扇形水) 등 이곳 특색의 음식도 많다.

    게살 육즙 입안 가득한 향기

    샤오룽만터우(小籠饅頭)의 최고봉은 위위안, 주취차오(九曲橋) 앞에 자리한 난샹만터우뎬(南翔饅頭店)이다. 뤼보랑과 마주보는 곳에 있는 난샹만터우 가게는 길게 줄지어 선 손님 덕분에 가장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이곳 만두는 껍질이 얇고, 속 국물이 신선할 뿐 아니라 고기가 야들야들해 상하이인도 줄을 서서 먹는다.

    특히 상하이에서는 한 해를 보낼 때 만두점 옆에 서 있는 청황먀오의 완화덩(完花燈)을 보며 이 집 만두를 먹는 것이 전통이라 이때는 줄이 더욱더 길어진다. 가게는 3층으로 돼 있는데, 1층은 1룽(籠)에 16개가 들어 있는 돼지고기 만두를 10위안(약 1800원)에 파는 테이크아웃점이다. 2층은 1룽(16개)에 18위안 하는 게살만두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의자가 마련돼 있다.

    3층은 최상급으로 특제 게살만두를 비롯해 다양한 만두 세트를 80위안에 먹을 수 있다. 샤오룽만터우는 얇은 만두피 안에 뜨거운 육즙이 든 만큼 충분히 식힌 뒤 먹어야 입천장이 벗겨지는 ‘참사’를 피할 수 있다. 동지 때 먹는 팥죽의 새알심과 비슷한 탕퇀을 맛보는 닝보탕퇀뎬(波店)도 대표적인 ‘맛집’이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난샹만터우보다 이곳을 찾는 게 낫다. 탕퇀은 물론 작은 샤오룽바오(小籠包)도 맛볼 수 있다. 닝보탕퇀 세트 메뉴는 65위안, 셰펀탕퇀(蟹粉·게살탕퇀)은 20위안, 옌피훈툰(燕皮·얇은 피의 작은 만두)은 12위안, 일반 탕퇀은 6위안, 춘쥐안(春卷·춘권)은 2위안이다.

    난징루 주변에도 다양한 전통 먹을거리가 있다. 그중 난징시루(南京西路)에 있는 왕자사사뎬신뎬(王家沙点心店)에서는 셰커황(蟹殼黃·참깨빵) 등이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푸둥(浦東) 쪽을 여행 중이라면 채소 뎬신으로 유명한 선다청뎬신뎬(沈大成点心店)도 가볼 만한 곳이다.

    상하이 요리의 품격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상하이의 오랜 건축을 활용한 고급 음식점이 많다는 점이다. 헝웨쉬안(恒)은 파란 지붕이 인상적인 곳이다. 스페인식 건축물로, 전통 장식을 잘 활용한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백악관 건물을 닮은 셴즈쉬안(仙炙)은 영국의 여행잡지 ‘콩드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ler)’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75개 식당 중 하나로 꼽은 곳이다.

    그 밖에 츙류위잉치(穹六七)나 잉치런젠(七人), 셴주팡(箸坊), 상하이짜오천(上海早晨)1846 등도 유명한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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