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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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과 놀면서 ‘과학의 기원’ 배워요”

‘다윈展’ 14개 진화론 학습장·놀이터, ‘지루한 과학전시’ 편견 뒤집어

  • 곽수진 동아사이언스 문화사업팀장 suzini@donga.com

    입력2009-04-29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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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과 놀면서 ‘과학의 기원’ 배워요”

    ‘다윈전’은 다윈에게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도 소개한다.

    요즘 서점을 둘러보면 2009년 과학계에서 누구를 가장 주목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과학책 코너 한쪽을 차지하는 것은 진화론을 주창한 영국 과학자 찰스 다윈과 관련한 책들이다. 그의 삶을 담은 위인전과 자서전, 또 그의 저서를 번역한 책, 진화론을 해석한 분석서와 그의 이론을 반박하거나 지지하는 책까지 온통 ‘다윈’이란 키워드를 담고 있다.

    책뿐 아니다. 각종 미디어에 그에 관한 기획물이 연재되거나 특별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학계에서도 그와 관련한 학술강연이 잇따라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왜 우리는 다윈을 주목해야 하는 걸까. 5월10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다윈전’에서 그 의문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듯하다.

    2009년 아주 특별한 다윈의 재발견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어떤 이의 탄생이나 사망을 특별히 기리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가수 이미자의 음악 인생 50주년 리사이틀, 중국 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사망 6주기 특별 영화주간 같은 행사가 많아졌으니 말이다. 과학계에서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을 기념하는 일만큼은 결코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다윈이라는 과학자가 국내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처럼 천재로 비치지도 않고, 퀴리 부인처럼 에피소드가 많은 과학자도 아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초등학생 대상으로 다윈의 인지도를 조사했는데, 10명 중 9명은 ‘다윈을 모른다’고 답했다. 게다가 그가 주창한 생물진화론은 그가 이론을 발표하기 전부터 우려했던 것처럼 창조진화론과 지금껏 평행선을 긋는 논쟁거리가 되고 말았다. 다윈전은 과학자로서의 다윈을 온전하게 알리고 그의 진화론 개념을 교육적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 관람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인 만큼 전시는 생기 있는 색감과 환경친화적 분위기, 친절한 설명으로 200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총 14개 코너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객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함께 입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170년 전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며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기원을 고민한 것과 같은 느낌을 관람객에게 주기 위한 도입부다.

    전시는 이어 다윈의 삶에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을 소개한다. 그의 진보적 사고에 유전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조부 에라스무스 다윈, 과학자로서의 삶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아버지와 아내, 또 학문적 성장에 도움을 준 과학자가 잇따라 등장한다.

    과학전시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시장 곳곳에 설치한 작은 놀이터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어린 시절부터 다윈은 수집광으로 불릴 만큼 모으기를 대단히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이런 수집벽은 다윈이 진화론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놀이터에서는 소년 다윈을 매료시킨 딱정벌레를 비롯해 각종 암석, 노후에 그가 관심을 보였던 지렁이 모형 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진화론 기본 개념 일목요연하게 정리

    다윈은 22세 때부터 5년간 비글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며 진정한 생물학자로 거듭났다. 비글호는 다윈에게는 생활공간이자 연구실이나 다름없는 독특한 공간. 따라서 전시장에는 비글호의 일부를 재현한 체험공간을 설치했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기까지 과정과 심경, 비글호의 여행담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선상 생활에서 필요한 로프 매듭을 직접 엮어보는 체험 코너도 마련했다.

    이어지는 갈라파고스 공간은 갈라파고스제도가 다윈이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은 지리적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생물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서서히 생김새가 바뀌고, 그렇게 살아남을 경우 또 다른 종으로 거듭난다는 진화론의 이론을 퍼즐 맞추기 형식으로 배울 수 있다. 또 모형 부리로 물건을 집는 놀이를 통해 핀치새 부리가 진화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한편 다윈이 은둔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윈은 당시 의학 수준으로는 알아내기 힘든 병에 걸려 평생을 시름시름 앓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과의 교류도 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학자로서는 충실한 인물이었다. 전시장에 설치해놓은 그의 연구실은 그런 꼼꼼한 면모를 보여준다. 영국 켄트주에 지금도 있는 그의 집 다운하우스의 거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렇다고 전시가 체험과 놀이 등 흥미 위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진화론의 기본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요소를 볼 수 있다. 나비의 보호색 찾기, 우리 몸의 흔적기관 알아보기, 생명의 나무, 다윈의 온실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한 대표적인 사례를 모은 코너도 있다.

    특히 진화론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맞춤형 워크북도 제공한다. 설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면서 워크북의 빈칸을 채우게 함으로써 다윈과 진화론에 대한 이해도와 흥미를 높이자는 취지다.

    “다윈과 놀면서 ‘과학의 기원’ 배워요”

    다윈전은 지루한 과학전시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볼거리와 체험시설이 가득하다. 다윈전을 찾은 어린 학생들.

    이미 ‘다윈’전은 진화론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격주 토요일마다 진화론 전문가인 동덕여대 장대익 교수가 ‘다윈의 얼굴’을 주제로 대중강연을 열고 있다. 또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NIE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과학전문 전시가 뜸하다 보니 디자인과 전시기획, 과학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강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번 다윈전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다시 한 번 다윈 탄생 200돌,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이 가진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윈이 얼마나 위대한 과학자인지, 왜 진화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 또 왜 그의 이론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지는 관람객 각자가 풀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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