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7

2009.03.17

북극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뉴욕 메츠뮤지엄 Reality Check展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03-12 13: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북극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Hiroshi Sugimoto, ‘Polar Bear’(1976), Gelatin silver prin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urchase, Charina Foundation Gift 1984

    엄마곰과 아기곰이 폭신한 하얀 털을 서로 비비는 장면은 북극곰에 대한 동화적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온순해 보이는 북극곰은 실제 천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나운 동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히로시 수기모토(1948~ )의 작품 ‘Polar Bear(북극곰)’는 북극곰에 대한 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막 잡은 바다표범 앞에서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북극곰은 피를 흘린 채 죽어가는 바다표범의 작은 몸집 때문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 사진은 어디서 찍은 걸까요? 북극곰이니 당연히 북극에서 찍었을 거라고요? 작가의 말을 들어보죠.

    “1974년 뉴욕에 처음 도착해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누가 봐도 가짜 티가 나는 배경에다 박제된 동물이었지만, 한쪽 눈을 감은 채 언뜻 스치듯 보면 모든 ‘시점’이 사라지면서 진짜처럼 보이는 겁니다. 세계를 카메라처럼 포착하는 방법을 발견한 거죠.”

    네, 수기모토의 북극곰 사진에는 북극곰이 없습니다. 살인적인 추위도 없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의 모형 세트 안에서 찍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 사진은 사진의 본질인 ‘진실성’에 큰 의문을 제기합니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Reality Check: Truth and Illusion in Contemporary Photography’에는 수기모토의 사진을 포함해 모두 30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사진은 곧 진실’이라는 명제를 흔드는 현대사진들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곧 폭발할 것 같은 다이너마이트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가 쌓여 있는 실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관객들은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적어도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의 작품 ‘Attempt’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이 실은 종이로 정교하게 만든 세트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진의 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안 ‘이건 가짜가 분명해’라고 확신한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의 ‘After the Flash Flood, Rancho Mirage, California, July 1979’이 실제 대홍수로 피해를 본 지역을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고 나면 사진의 진실게임이 더욱 복잡한 구조임을 깨닫습니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현대사진의 행보에 주목해보세요!

    New Exhibition



    북극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안규철 개인전(위).천경우 개인전(아래).

    안규철 개인전-2.6평방미터의 집 작가뿐 아니라 기자, 교육자, 공공 디자이너 등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온 안규철이 한국 미술계와 사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를 응축시켜 새로운 형태의 ‘방’을 제안한다./ 3월11일~4월26일/ 공간화랑/ 02-3670-3628

    천경우 개인전 독일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 천경우가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가인갤러리에서 ‘호흡(Breathing)’과 ‘사물들(Things)’을 혼합한 ‘BreaThings’전을, 토탈미술관에서는 지난해 스페인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Thousands’전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의 전시회는 3월28일과 29일까지 계속된다./ 가인갤러리 02-394-3681, 토탈미술관 02-379-3994

    서교육십 2009: 인정게임 서교육십은 매년 초 홍대 앞에서 열리는 젊은 작가들의 현대미술 축제이자 난장(亂場)이다. 올해는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기획자, 비평가, 갤러리스트 등 현장전문가 60인이 추천한 신예작가 60인의 전시가 열린다./ 3월7일~5월10일/ KT&G 상상마당/ 02-330-6223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