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자영업과 30대 ‘위기의 계절’

  • 강지남 layra@donga.com

    입력2009-02-02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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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과 30대 ‘위기의 계절’
    우리는 식당 주인을 보통 ‘아저씨’ 혹은 ‘이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요새는 언니나 오빠, 심지어 동생(!)이 사장님인 식당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만큼 20, 30대 젊은이들의 창업이 흔한 세상이죠. 제가 즐겨 가는 와플이 맛있는 역삼동의 조그만 카페와 회사 근처 스파게티 집의 사장님도 미소가 환한 30대 ‘언니’들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들은 언니의 가게에 둘러앉아 푸념하곤 합니다. “확실한 창업 아이템만 있으면 월급쟁이보다 장사가 훨씬 낫지. 내 시간도 자유롭게 갖고 말이야. 안 그래?”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자영업의 오늘과 내일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통계청이 1월20일 발표한 보고서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 분석 및 시사점’은 지난 10년간 복지 우선정책을 펼쳤음에도 소득 분배 구조가 계속 악화돼온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저(低)성장 △비정규직 확대 △자영업자 과다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증가율은 늘 임금 근로자의 임금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거든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평균 16%.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32.8%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습니다(2006년 기준·무급가족 종사자 포함). 음식점 1개당 인구수가 미국 606명, 일본 177명인 데 반해 한국은 8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택시 1대당 인구수도 미국 768명, 일본 296명이지만 한국은 165명에 그칩니다. 소매점 1개당 인구수 또한 미국 313명, 일본 112명인 반면 한국은 78명에 불과하죠(그래프 참조).

    음식점 1개당 인구 미국 606명 vs 한국 85명

    잘 아시다시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가장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대거 창업에 나선 것이 자영업 비중 증가의 가장 큰 요인입니다. 96년 27.4%였던 자영업자 비중이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98년에는 28.2%로 사상 최고치에 이릅니다(무급가족 종사자 제외). 이후 자영업자 비중은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통계청은 이를 자영업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분석합니다. 경쟁이 치열하니 탈락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죠.



    실제 2008년은 자영업자가 597만명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7만9000명 감소했습니다. 200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 이하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만4000명 감소했으니 영세 자영업자의 형편이 경기 불황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됩니다.

    한편 30대 자영업자의 비중 감소 추세가 전체 평균보다 더 가파릅니다. 지난해 12월 30대 취업자는 10만9000명 감소했는데, 그중 9만8000명이 자영업자였습니다. 실직한 30대 10명 가운데 9명이 자영업자였던 셈이죠.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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