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호감→비호감, 서로를 보는 눈이 변했다

한·중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격세지감’ … 우호 증진 ‘실사구시’ 대책 시급

  •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어학부 jwc@khu.ac.kr

    입력2009-02-02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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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비호감, 서로를 보는 눈이 변했다

    지난해 4월27일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성화 봉송에 항의하는 시민을 집단 구타하고 있다. 경찰은 이 시민을 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한국에선 반중국 정서가 심화됐다.

    중국은 한국의 이웃 나라다. 그런 나라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지낸 지 17년째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전까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냉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국을 ‘중공(中共)’이라 불렀고, 중국인에 대해서도 별로 호감을 갖지 않았다.

    중국인 역시 우리에 대해 무지했다. 그들의 인식으로는 한반도에는 ‘조선(북한)’만이 존재했다. 수교 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디에 위치하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필자는 1990년부터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한궈(韓國)’에서 온 유학생이라고 소개하면 많은 중국인이 되물었다. “어디에서 왔다고?” 물론 베이징대 교수나 학생들은 한국을 알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몰랐다. 그들은 ‘한궈’는 몰랐지만 설명을 해주면 ‘난차오시엔(南朝鮮)’이라며 무릎을 쳤다.

    그들 대부분은 ‘난차오시엔’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먼저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중계를 통해 한국과 서울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그 다음으로 떠올리는 한국의 인상은 ‘네 마리 용 가운데 하나’인 신흥부국이었다. 당시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가진 인상은 ‘작지만 경제가 발전한 강한 나라’였다.

    한국 ‘샤오궈(小國)’로 이미지 추락



    하지만 이후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은 바뀌어갔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신흥부국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져갔고, 중국인에게 한국은 그저 이웃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이것과 맞물려 중국의 경제와 국제적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2000년대 들어 중국인의 인식 속에 한국은 ‘샤오궈(小國)’로 자리잡게 됐다. 사석에서 중국의 20년 지기들과 대화할 때도 그들의 입에서 은연중에 ‘너희 소국…’이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을 직접 경험하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수교 초기만 해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와 비교했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과 고초를 호소했고, 그러면서 우리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위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급성장과 강대국으로의 부상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21세기 우리는 중국의 위상 및 영향력의 변화를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체험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에 위축돼가는 자신을 스스로 부인하려 애쓰고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2000년대 이전까지 상당히 우호적이었지만 이후 현실적인 평가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2004년부터 중국을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 사실에서 입증된다. 2004년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우리의 고구려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드러난 해로, 이는 한중 양국민의 상호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계속 벌어지는 인식 차이 줄이는 노력 필요

    2004년 KBS 라디오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9.8%가 한중 관계를 경쟁자 관계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도 ‘좋아하지 않는다’가 58.2%로 절반을 넘었다. 또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응답자 가운데 74.8%가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부담을 느껴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등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경제·통상 측면에서 가장 비중을 둬야 할 나라로 중국이 단연 1위(49.8%)로 꼽혔으며,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미국(58.6%)에 이어 2위(28.7%)에 올랐다.

    2007년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호감도가 전년의 56.4%에서 44.0%로 급감했다. 2005년 65.3%에서 3년 연속 감소한 것. 그러나 한국 경제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국가로 87.7%의 응답자가 중국을 꼽았다.

    이후 중국의 불량식품 파동,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한 한중 국민 간의 갈등은 양국 관계는 물론 양국민의 상호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08년 월드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중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인이 전해보다 24.3%포인트 증가한 59.8%, 중국인의 경우 9.8%포인트 증가한 16.4%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인의 경우 연령대가 높을수록 양국 관계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보인 반면, 연령이 낮을수록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

    2008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절반(50%)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의 대(對)중국 호감도 역시 2004년의 58.2%에서 2008년 2월 50.4%, 그리고 4개월 뒤인 6월 49.3%로 감소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06년 EAI 조사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는 73%였지만 2008년 2월 조사에서는 64.5%였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로 역사 문제를 들 수 있다. 양국의 역사 문제는 민족주의의 고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민족의 자존심, 긍지와 연결되는 문제에 대한 협상 여지를 잠식한다. 따라서 한중 정부 당국이 견지하는 학술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민간 차원의 문제다. 납꽃게, 기생충알 김치, 납조기, 멜라민, 한국 기업인들의 야반도주 등이 양국민의 감정을 자극했다. 한국에서 전자제품을 사려는 중국인에게 ‘중국인들도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사느냐’고 묻는 식의 태도도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

    세 번째는 국가적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다. 이런 태도가 여론을 들끓게 한다. 예를 들면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한국 경찰이 희생되고 어민과 어자원이 피해를 볼 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변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에서 불법체류하거나 업무상 상해를 입은 중국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중국인의 한국 호감도를 떨어뜨린다.

    한중 양국민의 인식 차이나 변화를 꿰뚫어보려면 철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양국민의 가치관과 결부되는 문제다. 가치관은 문화, 역사, 전통, 습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끼치면서 형성되는 결정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정보통신사회에서는 미디어나 여론이 가치관 형성에 끼치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은 특히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크게 작용한다.

    그러므로 양국은 날로 벌어지는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양국 정부와 지도자 간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다. 양국 정부는 이러한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자국민에게 한중 관계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식이란 한번 형성되면 변화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국민에게 사정을 올바로 알리는 것이 양국 정부가 표방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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