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오빠들이 돌아왔다

‘괴짜들 : 군웅할거 한국 그룹사운드 1960∼1980’전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9-01-29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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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들이 돌아왔다

    한국 록밴드 1세대들. ‘히 파이브’, 1970년. 앉아 있는 사람이 김홍탁 씨다. 자료제공 조용남.

    “‘신세대’란 말을 처음 들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예요. ‘아이돌’로 불리기도 했고요. 당시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상징이자 우상이었으니까.”

    1월13일 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 왕년의 ‘록뺀드’ 오빠들이 다시 모였다. 대부분 환갑을 넘겼으니 어디 가든 ‘어르신’이지만, 무대에 선 그들에게는 여전히 오빠의 ‘포스’가 느껴졌다.

    한국 최초의 록그룹 ‘키 보이스’의 멤버로 신중현 씨와 함께 한국의 초기 록을 선도한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홍탁 씨(1944년생, 현재 서울재즈아카데미 원장)는 ‘빅뱅’과 ‘동방신기’가 있는 요즘 대중음악계와 비교해 결코 빈약하지도 부러울 것도 없던 그 시절을 회고했다.

    김씨를 비롯해 1960년대 중반 한국의 비틀스 격이었던 ‘바보스’의 김선 씨, 한국 록 역사상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의 오리지널 가수인 ‘더맨’의 박광수 씨(1940년생), ‘김치스’와 ‘피닉스’ 등에서 활동한 심형섭 씨(1946년생) 등 세대별 한국의 록밴드 멤버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연 것은 미술작가 이기일 씨가 기획한 ‘괴짜들 : 군웅할거 한국 그룹사운드 1960~1980’전에서다.

    오빠들이 돌아왔다

    전시 오프닝 및 공연을 위해 밴드 1세대와 후배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김홍탁 최천섭 최진영 문석철 김용운 김선 씨(왼쪽 사진). 전시를 기획한 작가 이기일 씨(오른쪽 사진).

    이씨는 미술작가이면서 록 마니아로, 2년 전부터 ‘한국 대중음악의 고고학이 될 작업’에 착수했다. ‘한때 서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던 그 록밴드의 멤버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라는 것이 시작이었다. 전시장 벽면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



    “62년 리버풀에서 시작한 비틀스가 뜰 때 한국에서도 미8군을 중심으로 전기기타 중심의 그룹사운드가 등장하였다. 애드4, 키 보이스, 코끼리 브라더스 등이 그들로, 음반으로 고증이 된 최초의 앨범은 애드4의 ‘비 속의 여인’(1964)이다.”

    이씨는 ‘빗속의 여인’에서 ‘신중현과 뮤직파워’ ‘키 보이스’ ‘백두산’ ‘건아들’ ‘들국화’에 이르는 시간을 되살렸다. 당대의 희귀 음반을 모으고, 이들의 사진과 인터뷰 자료 등을 함께 전시했다. 흑백사진이지만 이들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기엔 충분하다. 또 이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도.

    작가가 전시장에 설치한 나무 송신탑 위에는 ‘플레이보이푸로덕션’과 ‘선데이서울’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렸던 ‘록그룹경연대회’의 우승컵이 자리하고 있어 당시 록밴드가 중요한 국민오락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빠들이 돌아왔다

    ‘김치스’, 1965년. 자료제공 심형섭. ‘히 식스’, 1971년. 자료제공 조용남. ‘피닉스’, 1972년. 자료제공 심형섭(왼쪽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록밴드는 가요계 정화운동과 대마초 파동 등으로 급격히 쇠퇴했어요. 정부에서 한국적인 것을 강요해 ‘헬스맨’이란 밴드 이름이 ‘건아들’로, ‘런웨이’가 ‘활주로’로, ‘아웃사이더’가 ‘까치소리’로 바뀌기도 했죠. 또 고고클럽이 디스코클럽으로 바뀐 것도 록밴드에겐 치명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들의 음악적 열정은 요즘 젊은 뮤지션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이렇게 즐거운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가장 큰 목적이죠.”(이기일)

    흰머리로 돌아온 오빠들은 ‘해변으로 가요’ ‘정든 배는 떠난다’ ‘초원’ ‘온리 유’ 같은 곡들을 후배들과 연주했다. 특히 ‘빗속의 여인’을 연주할 때 이들의 음악은 새롭고 놀라웠으며, 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즐거웠다. 전시는 2월15일까지 열린다. 문의 02-379-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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