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우린 매출 1조원 시대로 간다

현대엔지니어링 김중겸 사장 지난해 수익 3배, 자신감으로 새 도약 선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1-29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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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매출 1조원 시대로 간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읽다 보면 요즘 우리가 딱 ‘얼음장’과 ‘눈보라’ 아래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보라가 매서울수록 매화의 꽃망울은 더 빛을 발하고 북풍한설을 견딘 고기만이 다음 해를 준비할 수 있는 법. 어떤 고난이 닥쳐도 이를 이겨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 있듯, 경제계에도 불황에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속에서도 무(無)차입 경영으로 3배 이상의 경상이익을 올린 현대엔지니어링이 그중 하나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실적을 보면 ‘놀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회사의 엔지니어링 사업 수주금액은 2조원, 매출액은 7400억원으로 2007년보다 2배 늘었고, 경상이익은 11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런 실적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건축 및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칠 때 이뤄낸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금융권 차입금은 ‘0’원이었다.

    무차입 경영 매출 2배 놀라운 실적

    이런 성과의 중심에는 김중겸(59·사진) 사장이 우뚝 서 있다. 그는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0여 년을 보낸 전설적 ‘현대맨’.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장(부사장)이던 2006년 현대건설의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주인공이다. 힐스테이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그는 다음 해인 2007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다부진 인상이 언뜻 ‘감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김 사장의 ‘감성경영’은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감성경영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지시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연말 회사 주최 문화행사에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경기 한파에도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과 가족, 협력사 직원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현대엔지니어링’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원더걸스’가 뜨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가 사장으로 부임한 뒤 현대엔지니어링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이 회사의 경영실적이 오히려 몇 배 이상 향상한 것은 김 사장이 한발 빠르게 시장 변화를 읽고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 콘텐츠의 폭을 넓혔어요. 석유화학, 정유, 발전소, 송변전 등 플랜트와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전 분야에 걸쳐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짠 거죠. 여기에 사업구조도 바꿨어요. 시장발주 방식을 과거 E(Engineering·설계) 형태 중심에서 EP·CM(자재구매, 건설관리 등)으로 전환했죠. 시장상황이 그러했기 때문에 발빠른 변화가 필요했거든요. 무엇보다도 20% 남짓하던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65%까지 늘리고 전환한 게 주효했어요.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시장이 좁을 뿐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낮거든요.”

    우린 매출 1조원 시대로 간다

    2013년 3월까지 완료할 가로림 조력 발전 설계 프로젝트(왼쪽). 쿠웨이트 에탄처리시설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김중겸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현대엔지니어링은 2006년 3개국에서 2009년 현재 16개국으로 해외 영업의 폭을 넓혔고,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고급 엔지니어링 분야에도 적극 진출했다. 지난 한 해 이 회사가 발주한 국산 기자재 수출액만 3000억원에 이를 정도. 김 사장은 수출 계약 통화도 미국 달러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로, 엔화 등 주요국 화폐를 병행함으로써 환리스크를 줄였다. 특히 환율이 낮을 때 해외 계약을 많이 성사시켜 환차익도 많이 남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60% 이상 높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올해 안으로 현대엔지어링의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한다.

    “건설산업 시스템상 순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은 일반 건설업체가 수행하는 5조~6조원 규모의 공사와 맞먹어요. 올해 우리의 매출 목표는 1조2000억원이에요. 이미 이월 잔액이 80% 이상 확보돼 있어 매출 1조원 시대로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봐요.”

    고용 창출 앞장 … 4대강 정비사업도 나서

    올 한 해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김 사장이 이처럼 큰소리를 치는 이유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 안정성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차입금은 0원이며 현금 보유액만 외화 1억 달러를 포함해 2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가 취임하기 이전인 2006년 말(380억원)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김 사장은 최악의 경기 한파에도 올해 대졸 신입사원 126명을 뽑았다. 올해 안에 경력사원도 80여 명 더 뽑을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정부와 경제계의 화두가 ‘고용 확대’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효자기업이 없다.

    “올 한 해 수주한 물량이 워낙 많아서 인력이 부족해요. 훈련시켜 투입할 신입사원은 물론, 바로 쓸 수 있는 경력사원도 부족한 형편이죠. 최근 3년 사이 사원이 370여 명 늘었고 올해엔 식구가 더 크게 늘 거예요.”

    현대엔지니어링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정비사업의 핵심은 하천정비를 통해 홍수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질오염과 물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김 사장은 여러 측면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4대강 정비사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수십 년간 물·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했어요. 177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물·환경 관련 사업 직원이 200여 명이나 되죠. 수자원, 수력(댐), 상하수도, 환경 등 물 전문 조직도 갖췄고요. 또한 15개 물·환경 분야의 기술자격을 보유한 전문 엔지니어들이 기존의 플랜트 기술과 연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아 ‘비전 2015’를 발표했다. 2015년 수주 8조원, 매출 5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 기업 가운데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비전 2015의 핵심.

    “또 한 번 비상하는 거예요.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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