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홍길동이 잡혔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1-19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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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이 잡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홍길동이 드디어 잡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높은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홍길동. 그의 죄명은 ‘허위사실 유포’. 나라가 내우우환으로 어수선한 판에 불순한 글을 올리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시중에 유포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는데….

    그런데 잡혀온 홍길동의 행색이 ‘초라’하다. 당대 최고 학당인 성균관에서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익히지도 않고 변변찮은 지방 서당 출신에다 이렇다 할 밥벌이도 없다. 한때 홍길동은 인타내(人打內)에서 ‘경제 상감마마’로 불렸다. 심지어 만수 대감 대신 호조판서로 임명하라는 백성들의 상소가 끊이지 않았건만 이젠 그가 썼다는 글의 진위조차 의심받고 있다. 석학들을 놀라게 한 글들도 인타내에서 남의 글을 짜깁기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 홍길동이 진짜 홍길동인지 논란이 여전하다. 사헌부와 사간원은 한껏 문초를 벌인 끝에 이자가 틀림없는 홍길동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반면 많은 백성은 그자가 진짜 홍길동일 리 없다며 “8인의 홍길동 중 가짜 홍길동이 잡혔다”고 주장한다. 홍길동의 절친한 친구라는 사람은 “홍길동은 율도국에 있으며 지금 잡힌 자는 가짜”라고 논란에 기름을 붓는다.

    21세기 홍길동 미네르바가 전격 구속됐다. 미네르바의 무엇이 문제인지, 그가 잡힌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모두 미시적인 논점에 빠져 있다. 전문대 출신 30대 백수가 그런 글을 올렸다고 자존심이 상한 건 아닐지 딴죽을 살짝 걸어본다. 많은 이의 기대대로 50대 엘리트 남성이 어느 날 진짜 미네르바로 나타난다면 이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네르바를 잡았는지, 미에로화이바를 잡았는지는 몰라도 온 나라가 한바탕 부질없는 굿판이나 벌이며 국력을 낭비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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