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2008.12.16

MB 해결사 이재오 컴백 초읽기

중심축 없는 여권 내부 구애의 손길 … 연말 개각 때 장관 기용설도 모락모락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12-08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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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해결사 이재오 컴백 초읽기

    지난해 9월 ‘한반도 큰 물길 자전거 탐방’길에 오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가운데).

    대중이 (나를) 원하지 않을 때는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이다. 이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최근 한 언론매체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의원의 귀국 여부가 연말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가 갖는 상징성도 상징성이지만, 그를 중심으로 한 여권 내 역학구조는 이 전 의원에게 끊임없이 구애의 손질을 뻗치고 있다. 최근 재결집, 세 불리기 양상을 보이는 친박근혜(친박)계의 움직임도 이 의원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다. 친박계의 세 확산을 차단하고 이명박 대통령 중심으로 당을 재편할 수 있는 인물로 이 전 의원만한 사람이 없다는 분석은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선 구문(舊聞)에 속한다. 이미 예고된 연말연초 개각의 그림도 이 전 의원의 귀국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현재의 여권 상황을 “(당이) 그야말로 개판이다. 중심축도 없고 통일도 안 되고 있다. 대통령도 (이 전 의원의 역할 등) 이런저런 정치적 판단을 미루고 있어 오합지졸이 돼가고 있다”고 평했다.

    “아무것 보장 없어도 1~2월에는 귀국”

    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대운하도 이 전 의원을 부르는 목소리가 되고 있다. 자타 공인 대운하 전도사였던 이 전 의원이 총대를 메고 다시 대운하의 불씨를 살려 위기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이 대통령의 포기 선언 이후 쏙 들어갔던 대운하 얘기가 최근 공공연히 나오는 등 분위기도 충분히 조성되고 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12월3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박 수석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4대 강 수질개선 사업이 운하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경북 북부에서 소백산맥을 넘어가면 대운하가 되는 것이다. (수질개선) 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사람들이 연결하자고 하면 말자고 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배경 때문일까. 이 의원의 귀국설은 최근에는 아예 날짜까지 특정되며 소문에 소문을 낳고 있다. ‘12월6일 급히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거나 ‘1월 초 귀국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설(說)을 무시하더라도 이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아무리 늦어도 4월 말이다. 이 의원의 미국 비자가 이때쯤 만료된다는 점은 조기 귀국 가능성에 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인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해도 1~2월에는 귀국할 것이다. 비자 만료까지 기다리진 않겠다는 게 이 전 의원의 생각이다. 비자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모양새가 중요한데… 연말 개각이 큰 변수가 되지 않겠나. 자리가 만들어지면 내일이라도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치권 주변에서는 최근 연말 개각에서 이 전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기용되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지어 “본인이 원한다”는 말도 들린다. 마침 이 전 의원이 열흘가량의 남미 여행 중에 한국 대기업이 투자한 칠레 액화석유가스 공장을 견학하고, 미국 앨라배마의 현대자동차 공장과 오스틴의 삼성반도체 공장 등을 방문하자 “봐라, 소문이 사실이다”라는 식의 분석도 떠돌았다. 이 전 의원 주변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미국을 둘러보면서 경제와 기업의 책임에 대해 많이 느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얘기가 떠돌아 소문에 힘을 보탠다. 지난 10월 장·차관들의 업무를 평가한 국무총리실이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얘기도 들려 복잡하게 얽힌 퍼즐을 맞춰주고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이명박 정부가 수십조원의 예산을 배정하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전략의 핵심 부처다.

    친정체제 강화 MB 의중은?

    MB 해결사 이재오 컴백 초읽기

    올해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축하 외빈 초청 만찬에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2월4일 미국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학의 한인학생회가 주최한 ‘코리아 포럼’에서 ‘오바마 당선 이후 한미관계’를 주제로 강연한 뒤로는 이 전 의원의 통일부 장관 기용설도 힘을 받고 있다. 때마침 나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도 소문을 돕는다. 12월1일 나온 조사결과, 국민은 ‘적절한 대북특사’로 박근혜(39.6%) 김대중(24.6%) 노무현(10.0%)에 이어 이 전 의원(3.3%)을 꼽았다. 이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인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발 나아가 “통일부 장관 기용은 청와대의 바람”이라는 얘기도 나와 논란을 가중시킨다.

    장관 기용설로 시끄러운 반면, 가장 자연스러운 정계 복귀 방법인 재보궐 선거 출마설은 서서히 빛을 잃고 있다. 아니, 가능성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원의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출마 가능성은 0%다. 내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가능성도, 당선 가능성도 없다는 주장. 그는 “이 전 의원은 정말 오고 싶어하는데 자리가 없다. 그게 팩트다. (청와대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당내 역학관계나 여론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의 거취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에 대해 진수희 의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소문은 80~90%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니 통일부 장관이니 하는 말은 모두 와전된 것이다. 공장을 방문하면 지식경제부 장관설이 나돌고,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면 통일부 장관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힘을 얻는 식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돌아와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만 정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연말 개각 방향을 ‘친정체제 강화’로 잡았다고 전해진다. 외부에서 영입된, 특히 전문 교수 출신들의 교체설, 정치인 중용설이 나오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핵심 이너서클에 속하는 장다사로 민정 1비서관의 국정원 보직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설, 측근인 이방호 의원의 청와대 중용설도 모두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전 의원의 입각 혹은 청와대 중용 같은 시나리오는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그야말로 ‘맞춤형 인사’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문제는 ‘주군 MB’의 결단으로 정리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전 의원의 귀국 시기를 포함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고 싶다고, 필요하다고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것이 ‘정치’이므로 정답이 있을 순 없지만, 답안 완성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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