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8

2017.03.08

와인 for you

신선한 과일향과 긴 숙성 최고 자리에 어울리는 귀부인

프랑스 고세 샴페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3-03 16:46:1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샴페인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샹파뉴 지방은 17세기까지만 해도 일반 와인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피노 누아르로 만들어 가볍고 섬세한 샹파뉴 와인은 왕의 대관식에 사용되는 의미 깊은 와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샹파뉴는 18세기에 돌연 샴페인 산지로 탈바꿈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샹파뉴는 북위가 높아 가을이 짧고 겨울이 빨리 온다. 난방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가을에 갑자기 추워지면 효모가 동면에 들어가 와인의 발효가 멈췄다. 사람들은 발효가 끝난 줄 알고 와인을 오크통으로 옮겼지만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 효모가 깨어나 와인이 다시 발효되기 시작했다.

    와인이 재발효하면서 생긴 이산화탄소 때문에 오크통 속 압력이 증가하면 마개가 뽑혀 와인이 흘러넘치거나 심지어 통이 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유를 모르던 당시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악마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불길하게 여겼다.

    이후 발효의 원리가 밝혀지자 샹파뉴 사람들은 와인을 병 속에서 한 번 더 발효시켜 발포성 와인을 만들었다. 와인을 병에 담은 뒤 효모와 당분을 넣고 입구를 단단히 막아 재발효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병 안에 가둔 것이다. 화려한 거품과 톡톡 튀는 기포에 매료된 왕실과 귀족들은 앞다퉈 샴페인을 원했고, 샹파뉴에서는 샴페인 생산 붐이 일었다. 이때가 18세기 중  ·  후반으로 유명 샴페인 하우스 대부분이 이 시기에 설립됐다.

    현존하는 샴페인 하우스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긴 고세(Gosset)는 그 시작이 15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세는 샴페인을 생산하기 전 약 200년간 샹파뉴에서 레드 와인을 가장 잘 만드는 와이너리였다. 프랑스 왕실이 제일 좋아하는 와인이 고세였고, 프랑수아 1세는 자신의 포도밭을 하사할 정도로 고세의 레드 와인을 사랑했다.



    18세기 들어 샴페인 생산으로 전환할 때 고세의 와인 양조 실력은 든든한 밑받침이 됐다. 3세기가 지난 지금도 꾸준한 품질로 사랑받는 고세는 세계적인 와인 잡지나 저명한 와인 전문가가 최고 샴페인을 선정할 때 결코 빠지는 법이 없다.

    샴페인 애호가들은 고세 샴페인을 귀부인에 비유하곤 한다. 신선한 과일향은 물론, 긴 숙성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맛과 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고세 샴페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엑설렁스다. 생산연도가 다른 네 가지 와인을 섞어 만든 엑설렁스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맛이 상큼해 식전주로 좋고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에도 알맞다. 셀레브리는 고세가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으로, 포도 품질이 월등한 해에만 생산하는 빈티지 샴페인이다.

    10년이라는 긴 숙성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거품의 부드러움이 남다르고, 한 모금만 머금어도 입안에서 여러 가지 향이 끊임없이 피어날 정도로 복합미도 뛰어나다. 고상하고 날씬한 병 모양은 고세가 1736년 디자인한 것으로 20세기에 복원해 지금까지 사용하는 고세의 상징이다.

    귀부인의 이미지를 품은 고세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도 잘 어울리는 샴페인이다. 즐거움을 더하고 싶다면 상큼한 엑설렁스를,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우아한 셀레브리를 선택해보자. 사랑하는 그녀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