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8

2017.03.08

기업

내수 강자 KT&G, 해외 수출 성공 비결은?

담배 신시장 개척  ·  맞춤형 제품 전략…지난해 사상 최대 해외 판매 / 홍삼 2030 소비자 매료…자회사 KGC인삼공사 ‘1조 클럽’ 진입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3-03 14: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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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가 시장의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았다. 2016년 실적 발표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50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순이익도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1조2260억 원을 달성했다. ‘김영란법으로 홍삼 매출이 줄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부착되면 담배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셈.  

    실적 호조는 담배 수출과 홍삼 매출 고성장의 결과로 풀이된다. KT&G의 지난해 담배 해외 판매량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487억 개비로 2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울러 판매액 역시 역대 최고인 8억1208만 달러(약 9176억5000만 원)를 달성했다(그래프 참조).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매출 1조107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지난해 KT&G는 해외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기존 수출 주력 시장 외에도 미국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新)시장을 공략해 담배 수출량 증대를 꾀한 것. 특히 국가별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들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몽골·인니 …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담배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담배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은 현재 담배회사 100여 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런 와중에 KT&G는 미국 담배시장 점유율 6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담배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수출량은 27억8000만 개비로 1999년 수출 첫해 대비 약 13배 증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KT&G 담배는 ‘타임(TIME)’이다.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지만 수출용 ‘타임’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국내 판매용과 비교해 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20% 늘렸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현지인 입맛에 맞춰 잎담배 블렌딩도 새롭게 했다. KT&G 미국 수출량에서 ‘타임’의 비중은 2011년 17%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에는 80%까지 증가했다.

    KT&G는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던 미국법인을 지난해 텍사스 주 댈러스로 확대 이전했다. 텍사스 주는 미국 51개 주 가운데 담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KT&G는 법인 확대를 계기로 공항 면세점 및 대형유통마트 추가 입점을 추진하는 등 신규 유통망을 확충해 제품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몽골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규모로, 총 5억5000만 개비를 팔았다. 고(高)타르 제품이 대부분인 몽골 담배시장에서 ‘에쎄(ESSE)’를 앞세워 슬림 담배 열풍을 일으킨 것. ‘에쎄’는 몽골 현지 담배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우수한 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4위 담배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정향(Clove)이라는 독특한 향료가 첨가된 ‘크레텍(Kretek)’ 제품이 전체 담배 판매량의 90%를 차지한다. 이런 특수한 문화 때문에 외국 담배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KT&G는 2011년 현지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고 법인을 설립해 현지 맞춤형 시장 전략을 수립했다. 2014년 크레텍 블렌딩을 적용해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출시 1년 만에 1억 개비 넘게 판매됐으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KT&G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내 담배시장에서도 KT&G는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민영화 직전인 2001년 KT&G는 당시 대기업에서 적용하던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 브랜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또 잎담배 종자 개량부터 제품 유통에 이르는 총 42개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종합품질관리시스템을 통해 세계 정상급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KT&G는 담배시장 완전 개방 이후 외국계 담배회사들과 무한 경쟁에 돌입했지만 담배시장 개방 국가 가운데 로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자국시장 점유율 60%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란법’에도 끄떡없는 홍삼

    ‘정관장’을 앞세운 KT&G의 대표 자회사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업체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우려와 달리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40, 50대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층이었던 데 비해 최근 그 연령대가 20, 30대로 확대된 덕분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KGC인삼공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GC인삼공사는 관련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삼화장품 ‘동인비’, 건강라이프 스타일 카페 ‘사푼사푼’, 반려동물 프리미엄 건강식 ‘지니펫’ 등을 통해 홍삼 전문기업에서 종합건강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또한 KT&G 주가 매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시장 점유율 60% 돌파 등 국내 매출이 여전히 증가할 공산이 크고, 해외시장은 더욱 긍정적”이라며 “견고한 실적, 수출 및 홍삼 부문의 성장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오랜 주가 조정 기간을 거쳐 위험 요소를 소화했다. 수출 담배 모멘텀이 견고하고 기존 사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 낮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등으로 주가 조정이 발생했다”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주식으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수성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해가는 KT&G의 주가가 실적을 기반으로 레벨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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