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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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불황엔 로또 한 방이 최고”

서민들 남다른 복권 사랑, 주요 재테크 수단 … 올 도박 투자금 500억 유로 추정

  •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입력2008-09-29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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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가 재테크 혼란에 빠졌다. 부동산 투자가 과거처럼 큰 수익을 약속하지 못하고,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럴 때 횡재를 바라는 건 자연스런 일이 아닐까.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로또와 온라인복권이 요즘 같은 경제 불황에 대처하는 재테크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탈리아에서 로또의 역사는 매우 길다. 나폴리에서는 수세기 동안 로또가 민간의 전통 관습(?) 중 하나로 내려져왔고, 로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734년 베네치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상이 꿈에 나타나 당첨 숫자를 알려줬다는 얘기가 흔하다. 나폴리에서는 꿈 내용을 숫자로 해석하는 책이 유행이다.

    세계에서 국민 1인당 로또 투자금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가 이탈리아다. 나폴리를 포함한 캄파니아, 시칠리아, 사르데냐, 아브루초 주(州) 사람들은 월수입의 6.5%를 로또 등 각종 도박에 투자한다고 조사됐다. 재미보다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진지한 행위인 것이다. 2007년 이탈리아인들이 각종 도박에 투자한 돈은 모두 422억 유로(약 72조원). 이는 2006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국민총생산(GNP)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는 로또 등 ‘도박 투자금’이 500억 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인기를 끄는 도박 종목은 로또, 인스턴트복권, 슬롯머신 등 즉석에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인스턴트복권은 2008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고, 유로2008 축구 붐을 타고 스포츠복권도 매출이 58%나 급등했다. 한편 역사가 깊은 신년복권이나 카니발복권 등은 몇 달 뒤에야 추첨하기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

    ‘짝퉁’ 인스턴트복권까지 등장



    이렇듯 재테크의 대안으로 로또가 각광받고 있는 현상은 고물가 시대에 구매력을 상실한 서민층의 생활고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피렌체대 루이지 구이조 교수(경제학)는 “빈곤층일수록 로또에 집착하고 당첨에 대한 상대적 기대가 높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면 로또 한 장을 더 사나 안 사나 생활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당첨만 된다면 인생이 확 바뀐다. 리스크를 감당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남에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짝퉁’ 인스턴트복권이 등장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또 붐을 감지한 마피아가 가짜 복권을 풀어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새로운 수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렇게 일확천금에 열을 내지만, 정작 당첨된 줄도 모른 채 찾아가지 않는 로또 당첨금이 무려 1억300유로(약 1750억원)나 된다. 지급 기간 내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복권 판매금으로 한몫 잡고, 잠자는 당첨금으로 한 번 더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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