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3

2008.09.16

변신 거듭하며 영생 꿈꾸다

  •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htank@sejong.ac.kr

    입력2008-09-1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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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 거듭하며 영생 꿈꾸다
    최근 영화 ‘다크 나이트’의 흥행이 화제다. 개봉 첫날에 700억원(‘스파이더맨 3’ 기록 경신), 개봉 10일째 3000억원을 돌파(‘캐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기록 경신)한 데 이어 타이타닉의 전미 흥행기록 6000억원을 넘어설 거라는 예상까지, 박쥐인간 배트맨(BATMAN)은 할리우드의 새로운 역사적 자본이 되고 있다. 배트맨은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슈퍼히어로의 대명사 슈퍼맨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영웅이면서도 악당 같은 차가움과 공포스러움을 지니고 있고, 초능력자가 아니면서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풍부한 자본력과 세련된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냉혈한 이중적 자아를 전제하면서, 고담시(뉴욕을 모델로 함)의 총체적인 타락과 범죄의 강력한 네트워크 힘을 역설적인 오늘의 거울로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로 배트맨이다.

    배트맨을 탄생시킨 만화가 밥 케인과 스토리작가 빌 핑거에 따르면 배트맨은 셜록 홈스와 삼총사의 달타냥을 결합해 조로의 옷을 입힌 대단히 복합적이고 조작적인 캐릭터라고 한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악당에게 죽어간 부모에 대한 기억, 그 기억에 대한 응징으로 그는 악당이 무서워할 신비스러운 힘, 그것도 박쥐라는 포유류를 선택한다. 낮에는 세계 최고의 부호로 기업가의 냉철한 이성을 보여주고, 밤에는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감성적인 캐릭터로 변한다.

    1939년 5월 DC코믹스의 대표적인 잡지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총 6쪽 분량으로 실린 배트맨의 출현은 기존 슈퍼히어로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사고의 혁신이었다. 또한 정의와 악의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설명하던 방식을 넘어, 진실과 거짓의 개념적 일반화를 자의적으로 혼동시키는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까지 성공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배트맨은 팀 버튼, 조엘 슈마허, 크리스토퍼 놀란 등의 일류감독에 의해 재해석되고 변신하면서 영생을 꿈꾸고 있다. 슈퍼맨이 미국의 눈을 통해 미국을 설명하는 캐릭터라면, 배트맨은 미국이 아닌 눈을 통해 미국을 스스로 가르치려는, 그래서 더 얄미운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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