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3

2008.09.16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환경운동연합, 농협, 게이트 주역들 정조준 ‘전방위 수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9-08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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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00일(9월11일)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검찰발(發) 사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도 법조계 주변을 유령처럼 떠돈다.

    검찰이 빼든 칼이 향한 곳은 전 정부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10년간의 집권세력과 그 세력을 떠받쳐온 사회 곳곳의 ‘살아 있는 권력’이다. 검찰은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아니다. 기왕에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모로 보나 수사의 방향은 정해졌고, 그 범위와 대상은 정조준돼 있다. ‘신(新)사정정국’은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주간동아’는 사정정국의 한복판에 있는 검찰수사를 따라갔다.

    (하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횡령 의혹 수사

    검찰이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환경연 간부 등의 정부보조금 횡령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주간동아’(644호)가 단독 보도한 환경연의 고질적, 관행적 회계 부정 의혹이 수사의 핵심이다. 당시 ‘주간동아’는 환경연이 정부보조금의 30%가량을 이른바 ‘오버헤드’ 명목으로 떼어내 사용해왔고, 그중 일부가 환경연 간부 등에 의해 횡령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올해 초 발생한 환경연 내 회계 부정 사건을 환경연이 자체 처리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보도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광준)는 ‘주간동아’의 보도내용등을 접수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환경연의 비리 관행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환경연 주변인들을 불러 이미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전·현직 환경연 인사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동시에 환경연에 지원금(혹은 보조금)을 제공해온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회계 부정이 환경연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라는 추가 제보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검찰이 관심을 갖는,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는 시민단체는 환경연을 포함해 4~5개로 확인된다. 특히 이들 단체 중 상당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촛불집회를 주도하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해온 단체들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둘) ‘거대 공룡’ 농협 수사 중 “휴켐스 매각, 세종증권 인수, 비자금 조성과 로비 등 차례차례 덮친다”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농협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농협에 대한 검찰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련자 소환이 줄을 잇고 있으며 몇몇 의혹에 대해선 상당 부분 수사가 진척된 상태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갑근)는 수사 배경에 대해 “농협사랑지킴이라는 단체에서 제보가 들어와 농협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히지만, 지난 수년간 농협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랐던 점을 감안한다면 농협에 대한 검찰수사는 예견되고 계획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농협 관련 의혹은 세 가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 기업으로 알려진 태광실업(대표 박연차)에 매각한 휴켐스의 경우 헐값 매각 의혹을 받고 있으며, 2005년 농협이 인수한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의 주가조작 의혹, 지난 7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결과를 발표한 농협 자회사인 농협사료 대표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휴켐스 매각 의혹의 경우, 먼저 검찰은 태광실업 측과 농협이 사전에 매각을 합의했다는 제보의 진위를 파악 중이다. 태광실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인수과정에서 들러리를 섰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 휴켐스 인수에 참여한 4개 컨소시엄 관련자들을 상대로 한 수사도 이미 진행됐다. 농협이 태광실업에 휴켐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322억원을 깎아준 사실은 헐값 매각 의혹을 부추긴다.

    세종증권의 경우 주가조작과 함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소형 증권사임에도 매각 인수 과정에만 1년 이상 소요됐다는 점, 그 과정에서 주가가 10배 이상 폭등했다는 점이 수사의 핵심 포인트. 검찰은 2005년 농협이 인수할 당시 금융감독원 등이 ‘전 정부 관계자 여러 명이 인수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벌였던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7월 구속한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 관련 사건도 검찰의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주간동아’(615호)가 단독 보도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12억여 원에 달하는 뇌물의 사용처를 수사하는 한편, 농협이 자회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셋) 프라임그룹 전면수사세무조사했던 국세청까지 압수수색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프라임그룹 소유의 신도림 테크노마트 조감도(위).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은 최근 출국 금지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노승권)는 9월2일 프라임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백종헌 회장 등 그룹 핵심 간부 5명은 출국 금지됐다. 또 지난해 프라임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세무조사와 관련된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이는 국세청 조사과정도 수사 대상이라는 뜻이다.

    검찰은 9월3일 “프라임그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자금이 각종 기업 M·A 과정에서 전 정권 실세들에게 건네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프라임그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국내 최대 전자제품 쇼핑몰 ‘테크노마트’를 개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공격적인 M·A를 통해 현재는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 됐다. 프라임그룹은 한글과컴퓨터, 프라임상호저축운행, 동아건설 등을 인수했으며 경기 고양시의 ‘한류우드’ 조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광주 출신인 백 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실세들과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계에서는 프라임그룹의 고속성장에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프라임그룹은 지난해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450억원가량의 세액을 추징받은 바 있다. 또 세무조사 과정에서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아바타엔터프라이즈’는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도 되짚어볼 예정이다. 검찰조사와 관련해 프라임그룹 관계자는 “무엇을 수사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수사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넷) “건국대 스타시티 관련 의혹 수집 중 … 곧 수사 착수”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자리한 스타시티 전경.

    건국대 스타시티 인허가 의혹은 지난해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만든 ‘권력형 비리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가 발표한 ‘전 정부 6대 권력형 비리 의혹’ 가운데 하나다. 최근 검찰이 이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준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건국대 스타시티 관련 의혹은 이미 국회에서도 공론화됐던 사건이다. 최근까지 각종 제보와 고발이 이어져 불가피하게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금은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는 단계다”라고 말해 이미 수사가 시작됐음을 밝혔다.

    의혹의 핵심은 두 가지다. 건국대가 야구장으로 사용해온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부지를 용도 변경하는 과정에서 로비와 특혜가 있었는지가 그 하나다. 그리고 2006년 실시된 스타시티 인허가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구(舊)여권 인사들이 외압을 행사했는지가 또 다른 의혹이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초 ‘건국대 모교 땅 되찾기 추진위원회’ 대표 최모 씨가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 두 명을 검찰에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부터다. 당시 최씨는 감사원이 스타시티 사업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설 및 교비 전용 의혹에 대해 건국대를 감사할 때 이들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서울동부지검이 관련 사건을 내사 종결했는데 여기에는 신당의 이해찬, 김한길, 정청래 의원과 정대철, 추미애 의원이 개입돼 있다. 정동영 후보도 당시 건국대 이사장과의 친분으로 수사에 깊이 관여한 뒤 2005년 건국대 겸임교수로 위촉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다섯) 게이트 주역들 전방위 수사 전 정부 실세 L의원 노린다?

    檢, 지난 10년 권력에 劍 빼들다

    강원랜드 야경.

    ‘게이트’의 주역들이 돌아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 검사장, 이하 중수부)는 지난 정권을 뒤흔든 게이트의 주역 최규선, 전대월 씨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검찰의 칼이 향한 곳은 최규선 씨가 대표로 있는 상장사 유아이에너지. 8월20일 중수부는 유아이에너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빼돌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업성을 부풀리는 등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수사 이유다. 검찰은 또한 최씨가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세간의 의혹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석유공사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해외에서 유전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최씨와 관련된 혐의를 포착했다”고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처음부터 수사의 초점이 최씨가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006년 11월 서원아이앤비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유아이에너지로 바꾼 뒤 자원개발사업을 시작한 최씨는 이라크에서의 사업과 관련해 각종 공시를 쏟아냈고, 이후 주가는 폭등했다. 2005년 12월 말 93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지난해 3월 1만원대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하원의원,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해외 유명인사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 유전 게이트’의 주인공이던 전대월 씨가 대표로 있는 KCO에너지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8월28일 KCO에너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전씨가 러시아 유전을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고의로 사업성을 부풀려 자금을 끌어모았는지, 그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수부는 이 밖에도 강원랜드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인데, 검찰은 최근 두 번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의 상당 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이들 사건은 묘하게도 하나의 수렴점을 갖고 있다고 법조계와 정치권은 분석한다. 사건의 중심에 구여권의 실세 L의원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검찰 주변에서는 L의원을 포함해 전 정부 실세 4~5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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