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2

2008.09.09

“와인 맛은 아무나 아나” 자신만만 위조범들

  •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8-09-01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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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맛은 아무나 아나” 자신만만 위조범들

    완벽한 와인 페트뤼스 1989.

    고급 와인을 둘러싼 사기사건이 가끔씩 터진다. 페트뤼스, 슈발 블랑 등 보르도 특급와인 흉내를 내 거액을 챙기려는 속셈이다.

    사기 유형은 여러 가지다. 1982년산 페트뤼스를 예로 들어보자. 조심스럽게 마개를 딴다. 어이가 없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코르크 스크루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돌렸기에 코르크 마개의 맨 위에만 흠집이 나 있다. 그런데 코르크 옆면에 빈티지를 지운 흔적이 있다. 사포로 문지른 것이다. 빈 와인병에 1981년 혹은 1983년산을 채운다. 코르크를 끼운다. 캡슐을 끼우고 라벨을 붙인다. 이렇게 해서 가짜 1982년산 페트뤼스가 태어난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당연히 돈이다. 차액이 4~5배를 넘는다. 페트뤼스 측은 그래서 병에 구분 표시를 하거나, 라벨을 변조하지 못하게 특수 제작한다. 1982년산이 워낙 인기가 높고 값도 비싸기에 사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 아니고선 고급 와인 맛 잘 모르는 점 악용

    수년 전 슈발 블랑 1947년산이 런던 경매에 출품됐다. 용량이 큰 임페리얼 한 병이었다. 보통 크기의 여덟 병에 해당한다. 낙찰가는 10만 달러가 넘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슈발 블랑에서는 당시 매그넘보다 큰 용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수군거렸다. 그러나 경매회사는 믿을 만한 유명인의 셀러에서 경매사가 직접 발견했다며 출처에 대한 의심을 일축했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는 사실 병을 개봉해야만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최고급 와인의 맛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른 빈티지나 와인으로 채우더라도 개봉한 사람은 맛을 잘 모르기에 발각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위조범들은 또한 컬렉터의 속성을 꿰뚫고 있다. 상자째 매입하는 컬렉터 중에는 상자를 뜯어보지 않고 셀러에 처박아두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뜯지 않을 바에야 형태만 갖추면 위조도 누워서 떡 먹기라고 여기는 것이다.

    샴페인을 대량 위조한 회사가 덜미를 잡힌 일화도 있다. 미국에서 샴페인이 헐값으로 시장에 방출됐다. 이를 기회라고 여긴 와인중개상이 상당량을 매입했다. 그는 샴페인을 유럽으로 수출했다. 합법적인 유통망을 거쳐 샴페인을 팔았지만 지나치게 싼값이 의심스러웠던 어떤 프랑스 중개상이 이를 시음했다. 그는 샴페인에 인이 박인 사람이라 쉽사리 맛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맛은 샴페인이 아니었다. 모에 · 샹동 상표를 지닌 병에 담긴 것은 값싼 스파클링 와인에 불과했다. 추적 끝에 제조자와 그 일당을 붙잡았다. 소비자나 중개상의 식별력을 우습게 알고 값비싼 샴페인을 흉내낸 사기극이었다.

    와인 선물거래 역시 위험성이 있다. 선물거래는 배럴에 들어 있는 와인을 미리 샀다가 병입되면 와인을 받는 거래다. 소비자는 미리 돈을 지불하는 대신 좀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싸게 팔지만 미리 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소비자가 와인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신용 있는 와인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와인가게, 와인회사의 신용은 와인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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