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1

2008.09.02

결혼자금 털어서 세계여행 다녀왔어요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8-25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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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자금 털어서 세계여행 다녀왔어요
    ‘난타’ 제작사인 PMC 프로덕션과 티켓링크 마케팅연구소에서 문화마케팅을 담당하던 공연기획자 유경숙(33) 씨는 지난해 3월 공연을 테마로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났다. 일을 시작하고 7년여 지난 어느 날 “전문 분야인 공연예술과 좀더 넓은 문화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부터 6개월 뒤 진짜로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둘. 여행 경비를 위해 결혼자금도 털었다.

    “잠시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마치 장기 출장을 다녀오듯 떠난 여행이었어요. 다른 데 얽매이지 않고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미혼이라는 게 유리했을 뿐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때 이렇게 떠나왔다면 중요한 뭔가를 보고도 중요한지 몰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년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까지 전 세계 41개국을 돌아다니며 300여 편의 공연을 봤다. 총 5200만원의 여행경비 가운데 1200만원을 공연 티켓 값에 쏟아부었을 정도다.

    “1년 내내 많이 고됐어요. 낮엔 남들처럼 정상적인 여행코스를 밟았고, 다른 여행자들이 쉬는 저녁엔 공연장 투어를 다녔죠. 이 나라에선 어떤 공연이 인기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유명 공연장은 물론 공연장들이 모여 있는 골목도 쫓아다녔고요.”

    육체적 피로에, 여행 중 도둑을 맞아 빈털터리가 되는 등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일한 1년보다 서너 배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그는 “특히 호주의 상상력 넘치고 재기발랄한 공연문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맨홀 뚜껑을 열고 등장한 뒤 맨홀 주변과 보도블록을 무대 삼아 열연하는 연극공연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는 공연문화가 단기간 내 상당히 발전한 만큼 웬만한 공연은 다 거쳐갔다고 봐요. 그러니 이제는 작으면서도 기발한 작품에 눈 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공연문화를 돌아보면서 국민소득 대비 “한국의 공연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그는 “문화가 발전한 국가일수록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많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프랑스의 경우 25세 이하는 정해진 티켓 값의 절반에 공연을 볼 수 있어요. 실직자나 비정규직에게도 혜택이 있고요. 우리나라도 그러한 문화 복지가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배우기에 1년이 너무 짧았다”는 그는 “유럽의 공연문화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10월 다시 1년간 유럽으로 공연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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