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2008.08.26

효율 최우선 뉴욕의 복장 규칙

  •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higgledy@donga.com

    입력2008-08-2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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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에 도착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특파원 일을 시작한 지는 보름째. 먹을 수 있는 전 세계 모든 음식과 살 수 있는 모든 명품이 몰려 있다는 뉴욕. 뉴욕에서도 브로드웨이와 월스트리트를 품고 있는 맨해튼에 대한 첫인상은 ‘서울보다 더 바쁘게 돌아가는 곳도 있구나’였다.

    맨해튼 거리는 하루 종일 자동차와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곳 운전자들은 운전 솜씨가 거칠기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맨해튼 거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스트리트 번호를 찾느라 잠깐이라도 한눈팔면 뒤에서는 여지없이 성난 경적 소리가 울린다. 맨해튼 거리에는 이정표도 별로 없다. 유엔연합, 현대미술관, 센트럴파크 등 유명한 장소를 가리키는 안내판을 걸어놨지만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맨해튼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편안한 복장이다. 한눈에도 비싼 옷임을 짐작할 수 있는 드레스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 티셔츠와 청바지, 면바지 등 캐주얼 차림에 스니커즈나 샌들을 신고 다닌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는 직장인도 적지 않을 텐데 넥타이에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맨해튼 거리 사람 대부분 캐주얼 … 개인 선택 최대한 존중하는 문화

    며칠 전 미국 국무부가 뉴욕에서 일하는 외국 기자들을 위해 만든 ‘뉴욕포린프레스센터(NYFPC)’에서 ‘대통령선거 TV토론 진행 방식’에 대한 브리핑을 한다기에 참석했다. 서울에서처럼 정장 구두를 신고 양복을 입었다.



    그런데 막상 브리핑룸에 도착하니 정장을 입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대부분 거리에서처럼 캐주얼 복장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맨발에 샌들을 신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국무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 못지않게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넥타이를 맨 직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행사를 진행하던 국무부 직원에게 뻘쭘한 표정으로 “양복을 입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 직원은 “본부에서 VIP가 온다거나 외부 인사들과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이 아니면 자기 편한 대로 입으면 된다. 차림새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요즘은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도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다리를 드러내는 직장인’이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일의 능률만 올라간다면 반바지를 입는 게 무슨 문제냐’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한 광고회사는 올 여름 아예 긴 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사규를 정하기도 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습성을 여과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집단과 규율을 중시하는 반면, 미국은 개인의 선택과 자율을 우선시한다고 한다.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개인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시스템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 중 하나인 듯싶다.

    *이번 호부터 ‘뉴욕 익스플로러’는 새로 부임한 신치영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이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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