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2008.08.19

부산의 선전포고 제목 섬뜩 올림픽 20년 기획은 신선

  •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입력2008-08-13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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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 648호의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선전포고’라는 단어로도 섬뜩한데 부산이 평창을 “죽여라” 한다니, 그곳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가히 좋지 않을 테고, 두 도시의 노력이 나라의 발전과 영광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두의 처지에서도 염려스럽긴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가뜩이나 사분오열된 지역 정서를 감안해 덜 자극적인 제목으로 배려할 수 없었나 아쉬웠다. 바야흐로 도래한 올림픽 시즌에 자랑스럽게 ‘독점 공개’하는 특종이다 보니 마음이 급했던 걸까.

    베이징올림픽 개막과 더불어 세상의 모든 걱정과 시름이 메달 소식에 파묻히기 쉬운 요즘, 올림픽을 치르고 20년이 지난 우리가 행복해졌는지를 되묻는 기사는 ‘총력 특집’이라는 기획에 걸맞게 신선하고 알찼다. 갖은 욕망이 방황하는 와중에 20년 전 가계부를 펼쳐놓고 차분히 우리 삶을 되짚어보는 건 분명 의미 깊은 일이다.

    물질 면에서 금메달 이상의 성과를 일궜으니 이젠 마음과 문화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거둬 세계가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우리보다 앞서 간 일본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부를 일궜다고 비판한다면, 뒤따라오는 중국이 부러워하는 본보기로 우리나라를 만들어갈 책임은 분명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있을 터다.

    여전히 인간의 욕망은 끝 간 데 없이 분출되고 있으니 ‘할머니 소매치기단’ 소식에 혀를 차고, ‘성실’이란 단어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 정치인들의 재산 명세에 씁쓸해진다. 허황한 욕심으로 영혼마저 오염시키기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지적처럼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의 손실과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훨씬 유익할 것이다. 이제 우리 통계청이 ‘공기’만큼이나 중요한 통계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한다니, 정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해 골고루 행복해지는 발군의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본다.
    부산의 선전포고 제목 섬뜩 올림픽 20년 기획은 신선

    <b>최강욱</b><br>변호사·법무법인 청맥

    북극 얼음이 녹고 있다는 걱정에도 인류의 욕망은 그 틈에서 더욱 심각한 각축전을 벌인다는 기사가 마음을 어둡게 한다.

    저개발국 주민의 삶을 돕고 나와 다른 삶을 존중하는 철학을 다지는 여행자들의 순수한 마음보다 야만스러운 자본의 촉수가 더 민첩할 게 뻔하니, 직업적 범죄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할머니들이 그 자손들에게 남길 상처가 남의 일 같지 않다. 환경을 도외시한 부의 축적으로 지금의 인류가 후손의 삶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다면 그 또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선사할 흥분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되새겨야 할 중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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