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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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현실과 욕망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입력2008-08-04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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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과 욕망

    김기라 ‘Still life with the incredible toy’(2008)

    자신의 비디오 작업에 부모님을 발가벗겨 출연시킬 정도로 강한 ‘투지’를 가진 김기라. 데뷔 당시 장애우, 동물 등 소수자의 불편한 모습을 노출시켜 사회 부조리를 폭로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날개를 단 듯 2006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온 디퍼런스’(독일 슈투트가르트미술관, 2006), ‘Multiple Intimacy’(이스탄불, 2007) 등 국내외 굵직한 기획전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국 킹스린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국제무대를 발판으로 한층 성숙해진 그가 7월25일부터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선전공화국(The Republic of Propaganda)’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가가 갖는 사회적, 문화적 위치와 그에 상반되는 욕망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과거 비디오로 기록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던 그는 최근 들어 비디오뿐 아니라 3D 애니메이션, LED 시스템 같은 최신 기법, 또 유화나 실크스크린 같은 전통 기법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전시 장소도 주어진 전시장 외에 카페, 계단 등을 활용했다.

    전시장 1층 ‘A contemporary Still Life’ 작업들은 16~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양식과 닮아 있지만, 소재를 이루는 것은 사과나 화병 등이 아닌 각종 패스트푸드와 맥주 같은 현대사회의 아이콘이다. 사실 정물화는 예나 지금이나 일상의 물건들이 의도적으로 조합된 결과물이다. 작가는 정물화 시리즈를 통해 세계화 이후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적 욕망이라는 사회 단면을 실증적으로 구성, 작가의 의지가 표출된 공간을 보여준다.

    2층 카페에 설치된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는 식민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됐지만, 시각적으로는 유쾌해 보이는 작업이다. 시공간이 제멋대로 압축된 정원처럼 ‘동양’ 혹은 ‘한국’에 대한 외부의 시각적 망상이 편집증적으로 얽혀 있는 결과물이다. 한편 계단의 벽면을 가득 채운 ‘현대 풍경화를 벽화는 말한다 2008’은 중세 유럽풍 드로잉 방식과 이미지를 차용해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등과 같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현재적 주체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LED 시스템 같은 최신기법과 유화 등 전통기법 조화롭게 표현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과 욕망

    김기라 ‘Still life with the wall as contemporary perspective’실크스크린(2008)

    마지막으로 지하 1층 ‘선전공화국’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정신적 기저와 심층적 구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메시지만은 매우 직접적이다. 이데올로기 유지를 위한 선전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우리는 이를 시각적으로(영화·드라마·뉴스 등) 혹은 먹고 마시는 것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 지하 작품은 이 무거운 상황을 언어를 통해 꼬집으면서 마침내 ‘존재의 죽음’이란 전복적 행위까지 끌어들인다.

    뜻 깊은 사실은 작가가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장소로 신인 시절 개인전을 개최했던 곳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홍대 앞 가장 오래된 대안공간인 루프도 그사이 작가 못지않게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2002년의 김기라가 개인전을 열었던 곳이 지하에 세 들어 있던 루프였다면, 2008년 김기라 개인전이 열리는 곳은 4층짜리 모던한 외양을 자랑하는 루프다. 이런 상황을 두고 ‘윈윈 파트너십’이라고 일컫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미술 역시 화려함만큼 발전했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8월20일까지, 대안공간 루프, 문의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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