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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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정부승인통계 대수술

1055종 중 172종 폐지 및 통폐합 나서 … ‘주간동아’의 통계 부실 지적 등 의견 수용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08-04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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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정부승인통계 대수술
    1976년 5월21일 정부로부터 통계작성기관으로 승인된 대한결핵협회가 최근 취소 통보를 받았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정부승인통계 작성 실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년에 한 번씩 실시한 ‘주한외국인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도 중단된다. 정확한 표본틀 없이 조사대상을 선정하다 보니 편향성이 발생해 승인통계로 부적합하다는 게 이유다.

    통계청이 최근 정부승인통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통계청은 그동안 직접 작성해온 65종의 통계 가운데 20종을 폐지 및 통폐합하거나 작성방법을 개선하고,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외부 지정기관에서 작성하는 990종 가운데 152종을 폐지 및 통폐합하는 등 총 172종을 11월10일까지 정비키로 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통계의 16% 이상이 손질되는 것이다.

    통계청이 1996~2007년 10년간 정비한 통계가 폐지 12종, 통폐합 22종, 항목조정 2종 등 40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비 폭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통계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주간동아’는 올해 5월13일자(645호) 커버스토리로 ‘대한민국 통계 실종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통계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떨어지고, 정책 측면에서의 실질적 효용가치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통계의 현주소를 고발한 내용이었다.

    예산 절감 147억원…조사방법 현실·첨단화로 바꿔



    통계청이 이번에 정부승인통계를 대폭 손질하려는 것도 그동안의 이 같은 지적과도 무관치 않다. 통계청은 이번 정비 배경에 대해 “유사 및 중복 통계를 정비하고 조사방법을 개선하는 한편, 정부승인통계 가운데 관리 실익이 낮은 통계는 승인통계에서 제외함으로써 예산 등 국가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예상하고 있는 예산절감 효과는 147억원 정도.

    세부 항목별 정비계획을 살펴보면, 통계청 작성 정비대상 통계 20종 가운데 폐지 및 통폐합되는 통계는 12종이다. 나머지는 통계 작성 과정이나 방법이 개선된다. 그동안 방문조사를 벌여온 ‘인구주택총조사’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조사방법이 바뀌고, ‘경지면적 및 작물재배면적’도 실측조사에서 원격탐사 기법으로 전환된다. 또 면접 및 청취 조사로 시행되던 ‘어업생산통계조사’와 ‘가축통계조사’에는 CASI(인터넷이나 팩스를 통해 조사대상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법), CATI(컴퓨터를 이용한 전화 조사 방법) 기법이 도입된다.

    외부 지정기관이 작성하는 정비대상 통계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정부승인통계에서 제외된다. 정비대상 통계 152종 가운데 105종이 정부승인통계에서 제외되며, 43종이 폐지되는 것. 나머지 4종은 효율적인 통계 작성을 위해 통폐합된다.

    정부승인통계에서 제외되는 통계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작성기관이 내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만큼 외부 활용도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의 ‘국가표준 및 국제표준화활동 현황’,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자금대출 현황’,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시설 현황’ 등 대부분 업무실적이나 현황을 단순 집계한 자료에 불과하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방교육 혁신을 위한 고객만족도 조사’, 환경부의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 조사’ 등 정부승인통계로 부적절한 주관적인 통계들도 제외됐다.

    통계작성 지정 기관도 15곳 취소하는 등 대폭 손질

    통계작성기관 지정이 취소된 곳은 15개나 됐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한결핵협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9개 기관은 통계작성기관으로 지정된 지 길게는 30년, 짧게는 5년 동안 단 한 건의 정부승인통계도 작성하지 않아 취소를 당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3개 기관은 민간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취소됐으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대한방직협회, KT·G 등 3개 기관은 스스로 취소를 요청했다.

    폐지 및 통폐합되는 43종의 통계는 유사한 통계가 있거나 표본, 조사방법상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6개 광역 지자체의 ‘시·도별 주민등록 인구통계’와 17개 도·시·군(구)에서 개별적으로 작성해온 ‘시·군 경제활동 인구조사’다. 이 가운데 ‘시·도별 주민등록 인구통계’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시·군 경제활동 인구조사’는 통계청에서 통폐합해 조사할 예정이다. 유사 및 중복 통계 작성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 ‘시·도별 주민등록 인구통계’ 통폐합과 관련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가 잘 해오던 일을 갑자기 올해 2월 행안부에서 통계청에 작성승인을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중복된다면 행안부의 작성승인을 통계청이 내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조정보다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군 경제활동 인구조사’ 통폐합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통폐합에 반대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2005년부터 분기별로 조사를 시작해 2006년부터 발표하고 있는데, 통계청의 조사 주기가 맞지 않거나 조사 표본과 조사 항목이 동일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조사 자료는 쓸모가 없어진다.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정부승인통계 정비에 나선 통계청, 과연 통계선진화를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터뷰 김대기 통계청장

    “통계는 ‘공기’만큼 중요 통계 뛰어나야 진정한 선진국”


    통계청, 정부승인통계 대수술
    - 이번 정비를 통해 유사 및 중복 통계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통계 분야에도 기관 이기주의가 있다. 자기가 하던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통계법 개정으로 통계청이 국가중앙통계기관으로서의 기획 기능을 부여받았다. 앞으로 국가통계품질진단, 유사 및 중복 통계 정리 등 국가 통계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 이번 정비계획의 기대 효과는?

    “이제 시작 단계라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앞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다양한 조사기법을 도입하고, 각 부처에 산재한 행정자료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생각이다.”

    - 일부에선 국내 통계의 신뢰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책은?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통계작성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엉터리 통계와 실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지표 개발을 준비 중이다.”

    - 통계선진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통계는 ‘공기’에 비유될 만큼 중요하다. 통계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2010년까지 국가승인통계 품질진단을 완료하고, 국가지식정보로서 통계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 우리가 개최하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등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가통계의 역량 확충에 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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