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2008.08.05

노출의 계절 시원한 구성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더 오싹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입력2008-07-30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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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출의 계절 여름을 알리는 ‘벗는다’가 눈길을 끄는 주간동아 646호였다. 편집장의 과다출혈 응급실 체험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응급상황을 연상시켰다. 노출이 내포하는 색(色)과 출혈이 나타내는 병(病)이 삶과 죽음의 이미지로 대비됐다. 한여름을 시원하게 만든 서늘한 구성이다.

    여자가 벗는 것이 정말 ‘쿨’한 것인지, 아니면 ‘핫’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 노출이 괜찮은가요 식의 탐색은 썰렁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자기 몸 노출이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세대마다 노출 허용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중요했을까? 노출의 마지노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노출이 자기표현인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위라고 한다면, 한국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군상(群像)의 심리다. 이들의 특성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문화 현상이 무엇인지 다뤄졌어야 했다.

    열받는 사건들이 난무한다. ‘탕탕 총격’과 일본의 ‘독도 도발’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벗어던지게 만들 것 같다. 북한 군부 동향분석 기사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 약발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남북대화 채널이 사라졌다면 약발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환자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총격당한 국민이나 갈 길 잃은 현대아산 모두 남북한 정부의 희생자인 것 같다.

    국민을 열받게 하는 데 죄 없는 독도도 동참했다. 일본의 도발을 ‘장기적, 전략적으로 독도를 분쟁지
    노출의 계절 시원한 구성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더 오싹

    <b>황상민</b><br> 연세대 교수·심리학

    역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진단하면서도 정작 대응책으로는 ‘안목도 전략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북정책의 외교버전 복사판이다. ‘전재용 씨 수상한 사업가로 변신’ 기사는 사족처럼 들어왔지만 핵심이 모호했다.

    금리인상, 자산폭락, 생활비 폭등의 3중고를 알려주는 기사는 말 그대로 온몸을 서늘하게 했다. 열받는 데는 공포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알고 싶은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살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조언이다. ‘생존 위해 자신 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말 그대로 역설이다. 이 말도 믿지 말아야 하니 말이다. 세상에 믿을 X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공포의 3중주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뻔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알아야 하는 삶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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