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시장가격 낮은 노총각들 상대보다 “자신을 알라”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7-14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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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의 기준은 뭘까. 흔히 결혼 유무로 오빠와 아저씨를 구분한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결혼을 하지 못한(혹은 안 한) 아저씨도 있을 수 있다.

    골드미스라는 말이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유행한 뒤, 골드미스터라는 용어가 최근 등장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소개한 골드미스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연령 36~42세/ 연봉 7636만원/ 키 174cm/ 직업 의사, 한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회계사, 펀드매니저…

    한마디로 학벌 높고 능력 있는 ‘노총각’을 말한다. 이들이 바라는 배우자의 조건은 꽤 까다롭다. 상대의 집안이나 직업, 학력 등도 꼼꼼히 따지기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나이 어린 미모의 여성’이어야 한다는 사실. 최근에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성과 결혼하는 연예인들 때문인지 띠동갑 이상을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비극은 골드미스터가 아닌 이들, 자신이 순금인지 도금인지 저조차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골드미스터와 같은 바람을 가질 때 일어난다. 때로 이들 ‘도금족’은 골드미스터가 원하는 것 이상의 것을 바라기도 한다. 젊고 예쁜 데 더해 ‘능력 있는’ 여성을 만나는 꿈. ‘남자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이다.



    제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면서 30대 초반인 여성에게 “나이가 꽈악~ 차셨네요”라고 말하거나 제 키는 170cm를 갓 넘으면서 “160cm 이하는 너무 작다”며 퇴짜 놓는 뻔뻔함. 연상녀와 결혼하는 친구에게 “돈은 굳었겠다”고 농담을 던지고, 맞선 자리에서 처음 본 상대에게 “요리는 잘하냐, 돈은 얼마나 벌었느냐” 묻는 무례함. 거기에 자기보다 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까지 갖추고 있으면(예컨대 골드미스와 ‘된장녀’의 개념을 혼동하는 사례) 제대로 된 ‘진상’이다.

    ‘사랑밖엔 난 몰라’라고 외치기엔 조금 부끄러운 노총각 나이, 결혼을 꿈꾸는 이라면 이왕이면 좋은 조건의 상대를 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혼자만 몰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시장가’를 모르고 상대에게 까다로운 잣대를 대놓고 들이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제 분수와 부끄러움을 모를 때 사람은 추해진다. 소크라테스의 격언은 유용한 지침이 될 듯하다. “너 자신을 알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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