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날개 달린 가수들 즐거운 지상 찬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밴드 ‘윙어스’ 93년 창단 이후 활발한 공연 통해 사랑의 화음 전달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08-07-1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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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달린 가수들 즐거운 지상 찬가
    “승무원들이 참한 줄만 알았더니 재주가 많네요.”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들의 밴드 동호회 ‘윙어스(Wingers)’의 공연을 본 한 주부의 말이다. ‘가슴에 날개를 단 사람들’이란 뜻의 윙어스는 1993년 결성돼 벌써 창단 15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현재 막내 김수익(27·보컬) 씨를 포함해 멤버가 20명이나 되는 꽤 잘나가는 밴드다.

    윙어스는 봄과 가을 정기공연, 불우이웃을 위한 연말 자선공연, 연말 승무원의 밤 축하공연 등 보통 1년에 네 차례 큰 공연을 연다. 이 밖에도 회사의 각종 행사 때마다 기념공연과 축하공연을 하고, 동료들을 위한 런치콘서트 같은 작은 공연을 수시로 연다. 지난해부터는 다음 카페 봉사동호회와 연계해 수색 ‘천사원’의 지체장애우들을 위한 공연도 한다. 특히 2004년 KBS 전국 근로자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이후로는 외부에서 초청공연을 부탁받기도 한다.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 등 1년에 4차례 이상 공연

    윙어스의 공연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사내 동호회 밴드라고 하기엔 실력이 굉장하다고. 윙어스를 만든 구자왕(48·드럼) 차장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이고, 유니폼이란 게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돼요. 그렇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갔죠.”



    구 차장은 대학시절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대학가요제에도 출전했다. 입사 후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가지고 있던 그는 1993년 회사 내에서 밴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밴드 동호회 멤버를 모집한다고 공지했더니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이 모였다. 그렇게 해서 모인 7명의 객실승무원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밴드가 윙어스다.

    “처음엔 악기와 연습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당시 서울 마곡동 훈련원 창고에 악기를 보관하고, 연습할 때마다 빈 강의실을 찾아다녔죠. 강의실을 찾으면 악기를 가져다 세팅하고, 새벽 1시쯤 연습이 끝나면 다시 악기를 창고에 가져다두는 일을 반복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96년 회사에서 훈련원 지하를 연습실로 마련해줬죠(현재는 김포공항 내 아시아나항공 화물청사 지하를 연습실로 쓰고 있다).”

    윙어스는 지원자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오디션을 열어 멤버를 뽑는다. 허나미(29·기타) 씨에 따르면 오디션을 거쳐 밴드에 ‘입성’하기까지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자 구 차장은 그렇지 않다고 손을 젓는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에게든 문은 활짝 열려 있다는 것.

    ‘아시아나의 박상민’이라 불리는 유현진(25·보컬) 씨는 입사 전부터 윙어스를 알고 있었고, 입사하면 꼭 윙어스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니까 회사 다니면서 활동하는 것이 무척 어렵더라고.

    “열정이 없으면 못하죠. 10~14시간 일하고 나면 피곤해서 샤워하고 바로 침대에 눕고 싶은데, 연습실 가야 하잖아요. 연습실 가기까지가 왜 그렇게 힘든지…. 그런데 일단 연습실에 들어서면 신기하게도 에너지가 솟아요.”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습한다. 그러다 공연이 잡히면 한 달 전부터 연습 일정을 정하고 두 주 전부터는 매일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밤 11시까지 연습하고도 이튿날 새벽 4~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6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상황. 모두들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열정은 곧 체력”이라고.

    윙어스의 20명 멤버들은 대략 올드(Old) 멤버와 미들(Middle) 멤버, 뉴(New) 멤버 등 3세대로 나뉜다. 그리고 음악 취향도 올드 팝송에서부터 블루스와 록까지 다양하다. 세대와 음악 취향을 넘어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성혁제(35·기타) 사무장은 “멤버 중 단 한 명이라도 열정이 없으면 밴드는 지속될 수 없다”면서 연주를 비행에 비유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비행이 가능하듯, 밴드 역시 멤버들이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화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진선(34·드럼) 사무장은 윙어스에 들어오기 전까지 드럼의 ‘ㄷ’자도 몰랐다. 함께 비행하던 팀 선배가 윙어스 멤버였고,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윙어스에 들어온 뒤 구 차장에게서 드럼을 배웠다. 그리고 6개월 동안 학원에도 다니고 3개월은 개인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길렀다. 최 사무장은 그렇게 해서 기른 실력을 다시 김선애(26·드럼) 씨에게 전했다. 최 사무장은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뿌듯하다”고 한다. 김선애 씨를 비롯해 기타를 치고 있는 허나미 씨는 밴드에 들어온 이후부터 수년간 다니던 학원을 지금까지 계속 다니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비행도 한 팀, 연주도 한 팀 … 노래 실력만큼 결속력도 ‘짱’

    날개 달린 가수들 즐거운 지상 찬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밴드 ‘윙어스’ 가 한자리에 모였다.

    객실승무원들은 팀을 짜서 비행을 하는데, 그 팀이 수시로 바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시 팀이 바뀌곤 한다. 최 사무장에 따르면 윙어스는 회사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팀 비행이란 근무 특성상 다 같이 모여서 연습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비행이 없는 멤버들만 모여서 연습했었죠. 이런 점을 고려해 2002년부터 회사에서 특별한 배려를 해줬어요. 우리 밴드 멤버들을 같은 팀으로 묶어준 거예요. 그 후론 함께 연습하고 또 함께 비행할 수 있게 된 거예요. 팀 연주, 팀 비행은 승무원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죠.”

    “비행 팀이 바뀌는 것 때문에 회사 다니면서 외로웠다”는 김선애 씨는 밴드가 회사생활을 하는 데 든든한 힘이 됐다고 한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와 음악을 얻었고, 그 못지않게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는 것. 그는 “왠지 백그라운드를 얻은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한다. 특히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항상 달려와 해결해줘 별명이 ‘하이카’인 구 차장은 윙어스의 ‘아버지’다.

    밴드에서 트로트를 담당한다는 이화나(28·보컬) 씨는 2004년 가을에 윙어스에 들어와 그해 겨울 첫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첫 공연을 축하해줬는데 그때의 감동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윙어스의 오롯한 가족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과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하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느냐”고 하는 윙어스 ‘가족’들. 그들의 음악이 하늘을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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