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7

2008.05.27

K리그 죽이는 오심, 너 옐로카드!

경기의 일부 그러나 기준 없는 판정 잇따라 승패 결정 지속 땐 K리그 파국 부를 수도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empal.com

    입력2008-05-21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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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4월26일 함안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 대 FC서울 전은 전반만 83분을 치러야 했다. 전반 17분 서울 김은중의 선취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가 1분 만에 다시 골로 인정됐기 때문이었다.

    경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주심과 부심을 둘러싸고 무려 38분간 항의했다. 과연 이들은 혀를 차던 관중의 눈빛을 알고나 있었을까. 주심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소신껏 판정을 번복했다면 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주심은 주저하기보다 골이 들어갔을 시점에 좀더 강한 확신을 알리는 제스처와 설득의 능력을 보여줬어야 했다. 물론 경기를 지연시킨 주범은 경남 선수단이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한 심판진의 미숙한 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례2 5월10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대구FC가 맞붙었다. 3만282명의 관중이 모인 이날 양 팀 선수들은 모두 심장이 터질 듯 줄기차게 필드를 누볐고, 시종 골을 주고받았다.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아야 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였다.

    하지만 주심의 모호한 판정은 드라마틱했던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화근은 후반 6분 수원 송종국의 프리킥이 수원 곽희주와 대구 수비수의 경합 도중 팔에 맞고 들어간 것이었다. 주심은 곽희주의 핸들링 골로 간주하고 노골을 선언했다.




    고의적 오심 자행? 주심이 경기 주인공

    사실은 대구 수비수 팔에 맞고 들어간 명백한 골이었다. 수원 선수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격분한 선수들을 자제시키고 필드로 돌려보낸 차범근 수원 감독의 행동은 성숙했다. 주심의 오심도 이해할 수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가 아닌가.

    다만 진짜 큰 문제는 2대 2 동점이던 후반 33분 주심이 수원에 페널티킥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 판정은 수원 선수들조차 어리둥절해할 만큼 모호했다. 아마도 주심은 자신의 실수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보상 심리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수원을 위해 고의적인 오심을 했다면 이는 오심 이전에 지극히 한심한 일이다. 이날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선수들이 아닌 주심이었다.

    축구 심판은 단지 깃발과 휘슬을 통해 경기를 관장하는 조정자여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K리그를 지켜보면 권위(authority)와 권한(power)을 망각한 심판들이 주인공이 된 듯하다. 이들은 실수를 만회하려고 ‘고의적인 오심’을 자행하는가 하면, 우유부단한 판정을 일삼고 있다. 분명 K리그 심판들은 지난날처럼 편파판정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다만 오심보다 더 무서운 보상 판정과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판정이 열기 가득한 K리그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심판들도 실수할 수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심판들도 20%가 넘게 오심을 범한다고 한다.

    5월11일 잉글랜드 위건의 홈인 JJB 스타디움에서 열린 위건 애슬레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종전. 맨유는 승점 동률인 첼시와 우승 향방을 두고 벌인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자력으로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의 중요성에도 주심을 맡은 스티브 베네트는 맨유 리오 퍼디낸드의 핸들링 반칙을 그냥 넘겼고, 스콜스의 백태클에 대해 두 번째 경고를 줘도 충분했지만 주의로 끝냈다. 맨유가 우승 자격을 갖춘 팀임은 분명하지만 심판의 보이지 않는 덕을 얻은 측면도 있다.

    보상과 우유부단한 휘슬 불신 풍토 만들어

    이처럼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지닌 심판일지라도 실수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영국 러프버러대학에 유학 중인 홍은아 국제심판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심판들의 실수가 많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며 “영국과 한국의 심판 실력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구단과 선수, 심판들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가 쌓이다 보니 ‘뒤끝’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이다. K리그를 비롯한 한국축구는 오심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K리그 26년 동안 불신 풍토를 만든 보상 판정과 기준 없는 판정이 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심판들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심을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로 확산시키는 주범이 보상 판정과 우유부단한 판정임을 심판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이 같은 판정이 승패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양상으로 계속 나온다면 리그 자체가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심판이 주연이 된 K리그는 결코 팬들을 감동시키는 드라마가 될 수 없다. 심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역할은 선수들이 멋진 주연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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