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프로야구 작은 고추 매운 실력 뽐낸다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4-02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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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작은 고추 매운 실력 뽐낸다
    매년 프로야구 시즌이 다가오면 신인왕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올해도 마찬가지. 8개 팀의 알짜배기 신인들이 시범경기를 통해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감독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신인이 있다. 신인 2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선빈(19). 전남 화순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입단한 김선빈은 시범경기에서 4할 가까운(3할9푼1리, 28타수 11안타)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데뷔도 하기 전에 유명세다. 김선빈은 결국 개막전 엔트리 명단에 오르는 영광까지 안았다.

    신인들이 대체로 듬직한 체구를 바탕으로 파워를 앞세우는 것과 달리, 김선빈은 프로야구 역대 최단신 선수 기록을 깰 만큼 평범한 여성보다도 작은 체구다. 164cm, 68kg의 가냘픈 몸매. 관중석에서 보면 초등학생 선수가 ‘아저씨’들 틈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느낌이다.

    고교 시절 그는 140km를 넘는 빠른 볼을 주무기로 팀의 에이스와 4번 타자를 맡는 등 탁월한 재능을 뽐냈다. 4번 타자로 출루한 뒤 연거푸 빠른 발로 도루를 성공시켜 상대팀의 얼을 빼놓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고교 2학년이던 2006년에는 화순고를 대통령배대회 4강에 올려놨고, 지난해엔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쿠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시장에 당당히 나왔지만 작은 체구가 발목을 잡았다.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표현이 적확할 듯. 어느 팀 하나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각 구단이 거포나 투수를 원하는 탓에 순번은 계속 밀렸다.

    가까스로 2차 6번으로 지명된 김선빈의 손에 쥐어진 건 고작 계약금 3000만원. 그 정도로 저평가될지 몰랐던 김선빈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후순위 지명을 받고 크게 실망했어요. 대학에 진학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기회는 왔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 캠프에서 유니폼에서 흙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훈련에 매진한 김선빈의 성실성과 집중력에 조범현 KIA 감독이 매료된 것. 김선빈은 곧바로 시범경기에 투입됐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작은 체구라고 전진 수비를 하던 상대팀 외야수 머리 너머로 장타를 연거푸 쏘아올렸고, 신인답지 않게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눈부신 활약 덕에 2008년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급부상한 김선빈. 요즘 8개 구단 감독들은 그를 ‘상꼬맹이’라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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