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급성장 국제 아트마켓 컬렉터 파워가 경쟁력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4-02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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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장 국제 아트마켓 컬렉터 파워가 경쟁력

    올레그 바실리예프 ‘Before the Sunset’

    회의적 전망이 압도적이던 2008년 아트마켓이 2월 첫 컨템포러리 세일에서 2007년 2월 총 낙찰금액의 2배를 넘는 2100억원을 기록하면서 장밋빛으로 급선회했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소식은 3월12일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러시안 컨템포러리 아트 경매가 830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9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자금력이 풍부한 러시아 컬렉터들은 러시아 현대미술품을 구매하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이는 중국의 현대미술도 마찬가지다. 중국 컬렉터들은 넉넉한 자금력을 가지고 자국 작가들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이는 중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의 딜러들이 중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았다. 장샤오강의 작품이 10억원 이상을 호가하자 유럽 미국에서 온 딜러나 비평가들은 의미심장한 눈길을 교환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2007년 11월 홍콩에서 만난 유럽과 미국 딜러들의 시선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러시아 아트마켓은 이런 중국과 비슷한 양상이다. 러시아 컬렉터들은 지금까지 19세기 작품들을 구매해왔으나 2년 전부터 컨템포러리 아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은 올레그 바실리예프의 ‘Before the Sunset’(1990)이었다. 추정가 20만 파운드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46만8000파운드(약 9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바실리예프뿐만 아니라 AES + F, 시멘 파이비소비치 등의 러시안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이 각광받고 있다.

    아트마켓의 움직임을 보면 의외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트마켓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아트마켓에 발을 들여놓고 조금만 귀동냥하면 늘 화제에 오르는 작가가 있으며, 결국 그 작가가 높은 가격대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현재의 컨템포러리 아트마켓은 전 세계 경제상황과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특히 경제력이 급성장하는 나라의 작품에 투자가 몰린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결국 자국의 컬렉터들이다. 컬렉터의 힘이 그 나라의 아트마켓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느지막이 러시아 인도 일본의 작가들을 뒤쫓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들 해외 작가보다는 국내 작가의 파워를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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