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그 사람에게

  • 입력2008-03-03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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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에게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출전]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창작과비평사, 1989

    이보다 훌륭한 시는 쌔고 쌨지만, 이보다 간단명료하게 쓸쓸한 우리 시를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애송하는 신동엽 선생의 ‘담배연기처럼’의 축소판. 행간에 흐릿하게 밴 죽음의 냄새를 맡을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고 호젓한 산골길은 번잡한 아스팔트로, 지하철 정거장으로, 공항터미널로 변했다. 인사도 없이 지나친 ‘그날’에 대한 애틋한 회한이 순도 99%의 다크 초콜릿처럼 쌉싸래해 뒷맛을 다시게 한다(향토색 짙은 서정의 대가 신동엽에게 초콜릿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왜 이처럼 운율이 두드러지고 호소력 강한 시를 노래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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