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한·중·일 현악기 화합의 하모니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2-27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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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현악기 화합의 하모니

    일본 샤미센의 와타리 준코(三原桃·25), 중국 얼후의 류우팡(劉芳·22), 중국 비파의 짱씬주(張欣竹·18), 한국 해금의 장정인(24), 한국 가야금의 유현문(2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5개 현악기가 만난다면 어떤 화음이 나올까. 2월21일 서울올림픽 공연장에서 펼쳐진 ‘한일교류대축제 2008’은 그 해답을 제시한 무대였다.

    ‘율려(律呂)’라는 이름의 퓨전국악 그룹은 한국 해금과 가야금, 중국 얼후(二胡)와 비파, 일본 샤미센(三味線)이 조화를 이뤄 단아한 아시아적 음색과 신명나는 선율을 선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퓨전국악 그룹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전통음악을 현대화한 시도가 있었지만, 국경을 뛰어넘지 못해 실패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이번 ‘율려 프로젝트’에 거는 국악인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룹 이름 ‘율려’는 동양의 전통적 음계와 철학을 뜻하는 ‘12율의 양률(陽律)과 음려(陰呂)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를 기획한 글로벌CMG 강승완 본부장은 “중국 일본에서 음악적 재능과 탤런트적 기질을 갖춘 연주자들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발이 부르트도록 각종 연주회를 다녔다”고 했다. 중국 일본에서 활동해온 3명의 연주자는 자국에서의 활동을 접고 낯선 한국을 주무대로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고충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그룹은 아시아시장은 물론, 동양음악 최초의 월드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통 현악기가 중심이 됐다고는 하지만 배경음악은 서양의 빠른 비트를 살린 일렉트릭 음악이 사용될 정도로 현대성과 세련미를 갖췄다. 구성원들의 영어 실력 또한 출중하다는 평가다.



    그룹 리더격인 장정인 씨는 “전통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수천년을 이어온 고전음악과 첨단 미래를 지향하는 전자음악의 현대적 조화를 꿈꾼다”면서 “결코 오버하지 않는 절제와 단아함, 그리고 신비로움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율려는 현재 서울 구로구와 강원도 예총의 홍보대사를 비롯, 경기도와 경북도의 홍보대사로도 활약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베이징올림픽 관련 공식행사뿐 아니라, 인천아시안게임과 여수세계해양박람회 등 국제행사에도 참가할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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