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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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퍼주기 아마추어 조직 그래도 존재 필요

남북 상호신뢰·동질성 회복 지상과제 인수위 폐지 결정… 남북 조율사는 있어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1-23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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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 퍼주기 아마추어 조직 그래도 존재 필요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0월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에피소드 1]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 2006년 10월9일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작동해오던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통 체제는 묵묵부답이었다.

    북측과 전화, e메일로 유지되던 통일부의 대북 라인은 한마디로 ‘먹통’이었다. 통일부엔 정보도 없었고, 특별한 대책도 없었다. 당시 통일부에선 이런 말이 오갔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라인이 ‘노코멘트’인데….”

    “햐, 이렇게 되면 이번 정부에선 남북관계가 물 건너갔네!”

    통일부의 ‘실력’과 ‘위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화다. 통일부는 남북 간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으나 스포트라이트 뒤의 모습은 이렇듯 실망스러웠다.



    [에피소드 2] 어느 남북회담 때의 일이다. 통일부 최고위급 인사가 북측 협상대표에게 쪽지를 건넸다. 뭔가 중요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여긴 북측 대표는 쪽지를 읽곤 피식 웃었다. 메모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 체면도 좀 봐줘야 할 것 아니오.’

    이 메모는 지금도 평양에 ‘곱게’ 모셔져 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가 보여준 역량은 고개를 가로젓게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통일부에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는 바람에 통일부의 시각이 좁아지는 일이 많았으며, 통일부가 정권의 입맛에만 맞춰 머리를 굴리고, 대북정책을 입안한다는 비판도 거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한 통일부는 외교통상부에서 역할이 확대된 외교통일부로 흡수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통일부가 담당해온 대북정보 분석은 국가정보원으로, 대북경협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옮겨진다.

    그렇다면 실세들이 잇따라 장관으로 임명되던 때가 엊그제 같은 통일부가 그간 무슨 잘못을 했기에 기능이 쪼개져 타 부처와 통폐합된 것일까.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보다 남북 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다. 2000년 정상회담은 ‘돈을 주고 산 것’으로 드러났으며, 2007년 정상회담은 임기 말 ‘부실 어음’을 발행한 꼴이었다.

    10·4공동성명을 도출한 지난해 노무현-김정일 회담은 ‘무리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었든, 국정원이 이면에서 조율했든 욕먹는 것은 통일부다. “남북대화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라”는 비판을 통일부는 담아내지 못했다.

    [에피소드 3] 2005년 여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전력 200만kW의 북한 송전안을 내놓았을 때 평양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다.

    “그거 도대체 몇 년 걸리는 거야?”

    “송전이란 게 가능하긴 한 소리인가?”

    당시 평양에선 유사시 남쪽에서 송전을 끊으면 서울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200만kW 송전안은 ‘깜짝쇼’에 그쳤다. 단기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평양이 공감하지 않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함경남도 안변군의 조선협력단지도 마찬가지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협의가 있었으나 진전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조선협력단지는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안변군은 그러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조선협력단지의 전력수급 문제가 불거지자 통일부에선 뒤늦게 이런 말이 오갔다.

    “전력문제는 대우조선해양과 협의되지 않았나? 작은 발전소 하나 지어주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나온 해결책이 북측의 안변군으로 남측의 전력을 보내는 방안이다. 수천억원을 들여 130km 떨어진 강원도 고성에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조선단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했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인 것으로 안다”는 게 조선업계 한 관계자의 토로다.

    요컨대 통일부는 남북이 ‘윈-윈’ 할 수 있는 실사구시적 경협보다 정치적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조선협력단지를 포함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경의선 철도·도로 개·보수 등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석 달도 못 갈 ‘어음’을 평양에 주고 온 셈이다.

    [에피소드 4]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10월3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해주특구 얘기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 개발 속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남쪽을 믿기 어렵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개혁’ ‘개방’이라는 단어에 저어함을 나타낸 것이다.

    “점심 먹고 짐 싸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 위원장과의 ‘오전 회담’을 끝낸 뒤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개혁’ ‘개방’이라는 단어는 북측 수뇌부가 흔쾌히 ‘그러마’라고 받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한 북한전문가의 개탄이다.

    “노 대통령은 통일부로부터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평양의 시각’조차 올바르게 보고받지 못한 셈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대해 ‘자화자찬’을 해왔지만 정작 그 땅을 내준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상회담 이전에 보고서에 한 줄이라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다.”

    통일부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한 행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통일부는 정권의 수장만을 위한 조직으로 기능했다는 비판을 듣는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조차 못했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운용 실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금 집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남북협력기금 운용에 대한 감사에 나섰으며, 한나라당은 남북경제협력 사업 등에 지원된 기금 전체에 대한 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떼어먹기 ‘악취’ 풍긴 남북협력기금

    남북협력기금은 남북한의 상호신뢰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인적 교류 및 경제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용처에 대한 증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취’를 풍겨왔다. 한 대북 사업가의 토로다.

    “민간 지원단체들의 상당수가 지원액의 절반이 넘는 자금을 잘라먹는다. 놀랍겠지만 이게 실상이다. 서류를 평양에서 만든 것처럼 위조하는 것은 초보적인 수법이다. 베이징(北京)이나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도장을 스캔한 뒤 팩스를 몇 차례 주고받는 식으로 서류를 위조한다. 이것이 알려져 정확한 조사가 실시되면 서울은 당장 뒤집어질 것이다. 남측 지원단체가 예산을 따내는 데 필요하다면서 북한에 특정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나랏돈으로 평양에서 북측 인사들과 술판을 벌인다. 북한 관료들의 호주머니로도 지원금의 일부가 들어가게 마련이다.”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가장 많이 주고’ ‘가장 얻은 게 없는’ 정부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 중심에 바로 통일부가 있는 셈이다. 통일부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전력 200만kW의 북한 송전안 등 정치적으로 활용된 제안들로 남북한 관계의 오늘을 ‘엉뚱하게’ 그리고 실용적이지 않게 이끌어왔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했다(‘주간동아’ 606호 커버스토리 참조). 그런데도 북한은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으로 뒤통수를 쳤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늘렸음에도 민중의 생활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의 성과가 컸다고 하기 어렵다. 개성공단만 해도 북한의 불만대로 정치적 상징물을 크게 넘어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경제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연명하지 못할 만큼 좋지 않다. 그동안 북한에 투자·지원된 자금이 효율적으로, 실사구시적으로 쓰였다면 결과는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전문성 부재가 통일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평양도 남북협력기금 집행과 관련해 파워를 가졌다는 점에서 우대는 했으나, 통일부를 ‘아마추어’로 여길 때가 많았다. 4년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정책을 도맡았던 이종석 전 장관은 평양에서 ‘학자(아마추어)’로 불리곤 했다.

    미래지향적 실사구시 정책 만들 조직 필요

    통일부는 북한을 올바르게 읽는 데도 실패했다. 통일부는 북측 파트너인 통일전선부와만 공식적인 관계를 가졌다. 통일전선부는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오로지하는 기관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개성공단을 담당하던 조선민족경제인연합회는 평양에서 시쳇말로 ‘박살’이 났다.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비리조사를 받았고, 통일전선부 일부도 감찰과 감사를 받았다고 한다. 통일부는 북한과 사업을 진행하다가 막히면 “북한 군부가 반대해서…”라는 수사를 꺼내놓곤 했다. 통-통 라인의 한계를 자인한 셈이다. 요컨대 통일부는 통일전선부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평양을 바라봄으로써 ‘색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외교통일부로 통폐합하기로 결정한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남북한 특수관계 운영을 책임지는 부서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통일부가 그동안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성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실사구시적인 정책을 내놓는 부서로 거듭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입법 과정에서 통일부가 되살아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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