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9

2008.01.15

현대축구의 꽃 ‘토털사커’ 네덜란드 상상력의 힘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8-01-09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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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축구의 꽃 ‘토털사커’ 네덜란드 상상력의 힘

    거스 히딩크(왼쪽)의 마법은 네덜란드인의 ‘기질’에서 비롯했다.

    폴(Paul). 27세 네덜란드 청년이다. 2006 독일월드컵 때 필자는 이 청년과 일주일 동안 독일 전역을 돌아다녔다.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그는 필자가 가르쳐준 몇 마디 한국어로 나를 위로해줬다. 폴은 내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일상회화에 꼭 필요한 한국어 몇 마디를 익혔다. ‘괜찮아요’ ‘놀고 있네’ ‘정말 고마워요’ 등.

    축구는 현존하는 운동경기 중 ‘보편성의 세계화’를 이룩한 거의 유일한 스포츠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선 ‘반드시’ 지역성이 드러난다. 독일의 수문장 올리버 칸은 단호한 표정에서 게르만 혈통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수비라인을 조율해가는 모습에서도 독일인의 면모가 물씬 풍긴다.

    다양한 분야와 유기적 관계망 정립 … 세계 곳곳에 감독 수출

    다시 네덜란드 이야기를 해보자. 2005년 12월 독일월드컵 조 추첨 직후 유럽축구연맹(UEFA)은 “32개 출전국 중 무려 4개 팀 감독이 네덜란드인이므로 네덜란드식 전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네 명은 딕 아드보카트(한국), 거스 히딩크(호주), 마르코 판 바스텐(네덜란드), 레오 베인하커르(트리니다드토바고). 이 밖에도 90여 명의 네덜란드 축구 지도자가 지구촌에서 활약하고 있다. 브라질 선수들은 지구 전역에서 공을 차고, 네덜란드 감독들은 지구 곳곳에서 지도하고 있는 셈이다.

    네덜란드가 독일월드컵 때 4개국 감독을 배출한 게 우연일까? 네덜란드 감독협회장 얀 레커는 “네덜란드인은 다른 문화에 쉽게 적응하고 도전을 즐기며 매우 창의적이다. 풍부한 야전 경험과 열린 사고방식이 네덜란드 감독의 힘”이라고 밝혔다.



    ‘하나님은 지구를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우리가 만들었다’는 네덜란드 속담이 있다. 육지가 해수면보다 낮은 치명적 한계를 극복해 오늘에 이른 나라가 네덜란드다. 13세기 중개무역의 중심지가 된 이래 네덜란드는 세계의 물적·인적 자원이 수렴되고 확산되는 곳으로 기능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과 이해력을 갖고 있다.

    1970년대 요한 크루이프가 그라운드에서 증명한 토털사커는 이 같은 역사의 결과물이다. 현대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토털사커는 11명이 그저 열심히 뛰는 축구가 아니다. 고향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삶을 지고의 선으로 삼는 그들은 특정 능력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익히며 성장한다. 좁은 분야에서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동료나 상대자들과의 유기적 관계망에서 정립한다. 토털사커의 능란함은 네덜란드의 창조적인 국민성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의 개가인 것이다.

    지난 호 정답은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다. 이번에도 문제를 낸다. 네덜란드식 토털사커의 창시자는 누구일까? 정답은 다음 이 지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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