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5

2007.12.18

조폭수사 1인자, 정치판 한 방에

  • 정원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needjung@donga.com

    입력2007-12-12 11: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폭수사 1인자, 정치판 한 방에
    12월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6층 브리핑 룸에 모인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TV를 통해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보던 국민의 눈은 모두 한 중견 검사의 입에 집중됐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52·사법시험 24회·사진) 3차장 검사. 그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고발 사건 두 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라고 발표함으로써 올 대통령 선거의 최대 변수가 일단락됐으며, 정치권의 희비는 엇갈렸다.

    그는 특별수사부와 금융조세조사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등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수사부서 총책임자다. 평소 그는 과묵한 편이다. 기자들과의 브리핑 때 답변의 80% 이상을 “확인해줄 수 없다”로 끝맺는다. 그래서 기자들로부터 ‘브리핑 성적만 놓고 보면 F학점’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11월16일 김경준(41·수감 중) 씨가 국내에 송환된 이후 여러 차례 브리핑이 열렸지만, 그는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신 그는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포함한 수사검사 12명과 수사관 41명 등 총 53명의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을 비교적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8월 이명박 후보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차명 보유 의혹을 받을 때 “이상은 씨 지분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고 발표한 뒤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던 모습과 달리, 이번 수사결과 발표 뒤에는 그의 표정도 홀가분해 보였다.

    12월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어진 3시간 동안의 브리핑을 마친 뒤, 그는 서울중앙지검 6층 집무실로 수사검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수고했다. 물증에 입각한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수사검사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조직폭력배 수사의 1인자다. 수원지검 강력부장과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등을 거치면서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사건’ ‘슬롯머신 사건’ ‘경성그룹 비리사건’을 처리했다.

    그는 올해 두 차례나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을 맡았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를 회유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공개돼 여전히 수사내용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BBK 사건을 통해 특별수사, 공안수사, 첨단수사가 결합된 수사를 해본 그의 소감을 듣기에는 아직 때가 이른 것 같다.



    뉴스피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