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2007.11.20

“이게 웬 昌벼락” 보수진영 대혼란

“이회창 지지” 반공계열 우파와 “출마 비난” 자유주의 우파로 갈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11-14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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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웬 昌벼락” 보수진영 대혼란

    올해 2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17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뛰어든 이회창 후보는 오랫동안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를 자처해왔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혈혈단신 정치권에 들어와 ‘청렴’과 ‘개혁’을 무기로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나섰다.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는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고(故) 김윤환 전 의원, 이기택 신상우 전 의원 등 당내 중진을 배제하고 원희룡 오세훈 등 ‘개혁적 인사’를 공천했다. 김 전 의원 등은 민주국민당을 창당해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2002년 정계은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는 “한나라당이 합리적,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는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좌파정권 종식’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보수는 ‘결’이 다르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 3수’에 나서면서 오른쪽에 치우친 ‘보수’로 변모했고, 이명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세력이 가진 이념 스펙트럼은 이명박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에 좀더 가깝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보수진영은 둘로 분열됐다. 그의 복귀를 바라보는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시각은 엇갈린다. 다만 이 후보의 선택을 옹호하는 세력에는 ‘올드라이트’ 중에서도 더 오른쪽에 선, 이른바 ‘극우’로 불리는 인사들이 많다.



    “상식 어긋난 기회주의”vs“보수세력 천군만마 얻은 느낌”

    이명박 후보 캠프는 이회창 후보를 ‘오른쪽 끝’으로 몰아붙인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소위 울트라 라이트, 극우보수층이 있고 (이회창 후보가) 이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모아보려는 것 같은데 이는 옳지 않다”(홍준표 의원)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시각도 이명박 후보 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이사(중앙대 교수)는 “상식에 어긋난 행태다. 기회주의다”라며 이회창 후보를 비판한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의 표현은 더 거칠다.

    “이회창 씨의 출마는 폭거다. 노욕(老慾)이다. 세력 연합의 대상도 될 수 없다. 사퇴하지 않으면 결국 허주(김윤환 전 의원의 호)의 민국당 꼴이 될 것이다.”

    시장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소설가 복거일 씨는 ‘조선일보’기고문에서 “이회창 씨의 신의 없는 행태는 사회의 피륙을 근본적 수준에서 약화시켰고 그 해독은 오래갈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우리의 정의감이 이탈자들을 벌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역시 “절차도 어긋났고 명분도 없다”면서 이회창 후보를 꼬집었다.

    대체로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비판하는, ‘자유주의’‘시장주의’에 방점을 찍은 우파와 달리 ‘정통보수’를 자임하는 ‘반공주의’ 계열의 우파는 이회창 후보의 선택을 지지한다.

    국민운동본부를 이끄는 서정갑 본부장은 “이 전 총재는 정통보수의 대부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의 법통’을 강조하는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의 대담에서 ‘보수 확대’라는 색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두 ‘이(李)’가 1, 2등을 하면 좌우 정권교체가 아닌 보수 양당체제로 갈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혼자 있을 때 보수가 시장의 55%를 차지했다면, 이 전 총재의 출마로 65%까지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정치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최상의 시나리오다.”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K 변호사도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조 대표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내가 보기엔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좌파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중도주의·실용주의에 보수세력이 실망했는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계기로 보수의 폭이 넓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좌파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25%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본다.”

    제성호 교수도 “이명박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질 경우 이회창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 뒤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공주의 계열을 제외하면 보수 논객들은 대체로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지지세력은 결코 좁지 않다. 출마 선언 직후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 24%를 기록했다(이명박 37.9%, 정동영 13.9%). 특히 충청권에선 두 ‘이(李)’ 후보의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이명박 32.1%, 이회창 30.8%)로 좁혀졌다.

    이회창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단숨에 뛰어넘었지만, 3자구도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앞서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물론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이명박(MB) 캠프는 “이 후보와 정 후보, 이 전 총재가 40대 20대 20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본다.

    범여권, 보수진영 분열로 어부지리 대반전?

    “이 전 총재는 극적인 출마선언 과정을 통해 경선 승리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뒀다. 점차 지지율이 빠질 것이다.”(최시중 이명박 후보 선대위 고문)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지지층엔 이명박 후보에게 비호감을 가진 유권자, 도덕성 시비와 중도적 성향에 실망한 보수세력,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통보수를 자임하는 세력들은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 기조를 못마땅하게 여겨왔으며,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환영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로선 이회창 후보의 입지가 이명박 후보보다 약하지만 범한나라당 지지로 나타나는 60%가 어떻게 갈릴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뛰어들면서 보수진영은 사실상 둘로 쪼개졌으며, 범여권은 보수의 분열을 디딤돌로 대반전을 노린다. 한 달 남짓 남은 대선 국면에 ‘보수 내전(內戰)’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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