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0

2007.11.13

“방치된 국보에 관심을” 창녕 동탑 지킴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11-12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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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치된 국보에 관심을” 창녕 동탑 지킴이
    경남 창녕군 술정리 한가운데에는 감싸주는 절도 없이 탑 하나가 외로이 서 있다. 국보 제34호인 창녕술정리동삼층석탑(이하 창녕동탑). 불국사삼층석탑과 생김새가 무척 닮았다.

    8세기에 지어진 이 탑은 ‘석탑 지킴이’ 혜일(慧日) 스님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돌덩이 취급을 받았다. 석탑에 담요와 시래기가 걸려 있었고, 아이들은 탑 위에 기어올라가 놀았다. 동네 어른들은 탑에 기대 앉아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어느 날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한 번도 가지 않은 길로 저를 이끄셨어요. 그 길 끝에 탑이 서 있더군요. 잠에서 깬 뒤 꿈에서 본 그 길을 따라갔죠. 그게 창녕동탑과의 첫 만남입니다.”

    이후 혜일 스님은 ‘석탑 돌보기’에 나섰다. 국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매일 탑 주변을 청소하고 주민들과 창녕군청에 탑의 소중함을 알렸다. 그리고 2001년 탑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탑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졌으며, 1965년 12월 탑 해체 당시 진신사리 용구가 발견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탑 안에 있던 유물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혜일 스님의 유물 찾기 여정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쫓아다닌 끝에 2003년 2월 마침내 탑 안에 있던 유물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청동 잔형 사리용기, 유리재 담황색 사리병, 오색구슬류 등 9개 유물이 나무상자에서 38년간 방치돼 있었던 것.



    혜일 스님의 ‘창녕동탑 살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중한 유물들이 지금까지도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한 채 잊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8세기에 세워진 불국사 석가탑 속에서 나온 유물들이 창녕탑보다 늦게 해체 복원(1966년 10월)됐음에도 일찌감치 국보로 지정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리병은 전국에 아홉 개밖에 없는 희소 유물입니다. 게다가 담황색 사리병은 창녕동탑에서 발견된 것이 유일하죠. 관계 당국자들이 하루빨리 관심을 기울여 이를 문화재로 지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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